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전공의법을 위반한 수련병원의 명단과 평가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돌입해 주목된다.
25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천안시병원, 보건복지위)실은 전공의 주 80시간을 비롯한 수련규칙 등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공표하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 보건복지부장관은 매년 수련병원 등을 대상으로 지정기준 유지 여부와 수련규칙 이행 여부, 의료법령에 따른 전공의 수련교과 과정 제공 여부 등 수련환경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평가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복지부가 지난 14일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에서 법령 미준수 등 상급종합병원 32곳을 포함한 전국 수련병원 94곳에 대해 과태료 및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렸음에도 정작 해당 수련병원 명단 공개를 주저했다.
전공의법 위반 수련병원 명단 공개로 해당 병원이 명예훼손 등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근거가 약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올해 4월 이후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인 윤일규 의원은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고, 수련병원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정안을 추진했다.
개정안은 수련환경평가 결과 공표 조항을 신설하고, 공표 시기와 내용, 방법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개정안 초안 자문을 통해 수련환경평가 결과와 함께 위반한 수련병원 명단 공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법 위반 수련병원 명단 공표에 적극 찬성하면서, 한 걸음 나아가 위반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수련환경평가 결과 위반 수련병원의 행정처분 뿐 아니라 명단 공표는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과거 병원협회 실행위원회를 통해 전공의 정원 배정과 의료법 위반 등을 당사자인 수련병원들이 결정하고 복지부에 통보하다 보니 한 통속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승우 회장은 "이제 전공의법에 근거해 독립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만큼 위반 수련병원의 명단 공표는 당연하고, 위반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하고 "후배 의사들이 수련병원을 선택할 때 수련교육 과정과 질 그리고 전공의법 위반이 주요 잣대가 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법 위반 수련병원 명단 공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의료자원정책과(과장 곽순헌) 관계자는 "수련규칙 등 수련환경평가 결과 법령을 위반한 수련병원의 명단을 공표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위반행위에 대한 세부내용 공개는 개정안 발의 이후 심의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윤일규 의원실은 현재 전공의법 개정안 공동 발의 국회의원 서명을 진행 중으로 이번주 중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련병원 대다수가 회원인 병원협회는 전공의 주 80시간 의무화에 이은 전공의법 위반 명단 공표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법안 발의 후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