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교육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력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임시회관에서 '한의대 폐지를 통한 의학교육 일원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는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의학교육일원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료계 내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400년이 된 한의학을 지금처럼 말살할 수가 없다. 의사들이 살려야 한다"며 "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의학 기초 위에서 통합의학을 살리겠다고 했는데 이 말 자체가 한의대를 없애겠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문적, 이론적 근거를 부정하고 의과 의료기기를 쓰면서 눈앞의 상황만 보고 있으면 400년 된 학문을 살릴 수 없다"며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하고 400년 된 학문을 살리기 위한 강력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의대 생리학교실 이무열 교수 역시 "한의학과 의학의 교육과정이 75% 같다고 해도 교육의 양이나 질로 따지면 50% 이하"라며 "동등한 조건의 일원화는 불가능하며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발주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에 대한 한의학, 의학 교육과정을 비교 분석한 연구를 수행 후 이 같은 결과를 내렸다.
그는 "의사는 한의사가 아니고, 한의사도 의사가 아닌 만큼 학문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진리는 한곳에 있기 때문에 동양과학, 서양과학이라고 하지 않는다. 의학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는 의료일원화 논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면허자의 상호교류'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기존 의사와 한의사 면허자는 갈등과 혼돈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기존 면허사는 현 면허범위를 준수하도록 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교육을 일원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은 의대 교육과정에 어떻게든 흡수토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의학 교수진 흡수 등의 문제도 해결해 나가면 된다"며 "한방의료 행위는 의대 졸업 후 한방 전문의 과정을 만들어 계승, 발전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교육부와 위원회를 구성해 의학교육일원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제각기 해석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의협은 정부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며 의사의 면허를 침해하는 식의 발언을 통해 갈등만 확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의-한 '교육'을 일원화의 장점으로 ▲대국민, 대정부, 대국회 설득 용이 ▲부실 공공의대 설립 저지 ▲정부의 의사수 부족 논리와 연계 가능 ▲의료교육 일원화 개념의 선명성 등을 꼽았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면 바로 한의학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되고 추가적인 수련이 더 필요하도록 해야 한다"며 "한의대-한의사 배출 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면허자 현상 유지를 필수 전제로 하고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나가면 교육 일원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특위 조정훈 위원은 의료일원화 논의가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폐지 자체부터 어려우며 한의대가 진행하는 국책사업 유지 여부, 동문의 반대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2016년 기준 한의대는 12곳이고 입학정원은 775명인데 폐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서남의대를 폐지할 때도 홍역을 치렀다. 또 의대가 한의대를 흡수할 때 의대가 없는 한의대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일원화 추진은 한의사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의대 폐지가 학문적으로 보면 맞지만 재정 등 배후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 공명심 등 여러사정에 끌려가지 말고 철저히 검증하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