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줄 알았던 국가전염병 백일해가 수년전을 기점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의료진의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성인 백신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저조해 소아 백신만으로는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의료진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관계자는 17일 "10여년전 사실상 '청정'을 선언했던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감염 사례가 급속도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가 백일해 안전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8년 한자리수에 불과했던 감염 사례가 지난해에는 500건에 육박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부분 매개가 성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백일해는 상당한 전염성을 보이는 소아 감염 질환으로 1세 미만의 영아가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의무화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부터 사실상 사라졌던 질환. 하지만 이로 인해 경각심이 낮아지고 특히 백신 유효기간이 맞물리면서 성인을 매개로 한 감염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소아감염학회 관계자는 "NIP로 소아간 감염은 거의 대부분 막는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백신 유효기간이 10년 정도라는 점에서 성인들의 면역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아무런 관리가 되지 않는 성인들이 소아들에게는 무차별적인 감염원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성인 백일해에 정부는 물론 의료진들도 큰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소아감염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이에 대한 매개체를 밝혀내고 성인 감염에 대한 주의와 경각심을 당부해도 막상 현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소아감염학회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내과 영역에서 대상포진 등 성인 백신에 대한 상품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워낙 오래전 사라졌던 질병인 만큼 여전히 진단 영역에서는 그만큼의 관심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나 최근 미세먼지가 급증하는 등의 원인으로 백일해를 진단 대상에서 빼놓으면서 감염원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백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소아감염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는 지금의 이 확산세를 절대 진화할 수 없다는 의미.
정부 차원에서 메르스 등 감염병과 같이 의료진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적어도 성인 백신 접종 당시 백일해가 포함된 다가 백신을 유도하거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혼합백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아감염학회 관계자는 "임산부가 백일해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다가 백신 접종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곧 영아의 안전으로 직결된다"며 "백일해가 포함된 다가 백신이 상당수 이미 시판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렇듯 인지 정도의 계몽만으로도 백일해 확산을 막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