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회무에서 단수가 낮은 것이다. 관심이 크고 열정 있는 사람을 발탁해서 회무에 참여토록 하면 소통이 더 원활하고 회무가 잘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투쟁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직에 참여할 위원 선정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을 놓고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이 집행부를 향해 한 쓴소리다.
이철호 의장은 약 2주 뒤에 열릴 정기대의원총회에 앞서 의협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1년 동안 의협 집행부를 지켜보며 대의원회를 이끌어온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의협은 이달 초 투쟁 조직인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이하 의쟁투)를 구성, 출범시켰다. 하지만 위원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추천한 위원에 대해 의협 집행부가 교체를 요구했고 병의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출된 것.
병의협과 한 대의원은 의협 대의원회에 실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의협 집행부에 의쟁투 위원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에 유감을 표하고 경위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이철호 의장은 "큰일을 할 때 지엽적인 일에 매달리면 힘이 결집 안되는 경향이 있다"며 "의협과 병의협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간다. 위원 복수 추천 등의 방법도 있는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큰 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회원이나 대의원의 요구 사항을 잘 파악하고 필요한 인물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집행부를 향한 쓴소리를 달게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앞세우기보다는 대의원회와 회원 의견을 집행부에 전달하고 집행부 회무가 잘 돌아갈 수 있게 조언하는 역할을 하려 했다는 그의 평소 소신을 봤을 때 집행부를 향한 쓴소리는 꽤 강도 높았다.
이 의장은 더불어 정부와의 '협상'을 일절 단절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의장은 "지금이 의협의 큰 위기"라며 "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적에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과거 의약분업 투쟁 때 전투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이 없었다"라며 "이번에도 후배들이 우려하는 것은 전투는 이슈화되지만 전쟁의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 중에도 막후 테이블이 있듯 협상력을 발휘하면서 투쟁하자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며 "의쟁투는 전투와 전쟁에서 모두 이겼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