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화 단절을 선언했던 대한의사협회가 협의체를 만들자고 손을 내미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의협의 일관성 없는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의협은 17일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종합계획(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칭)의료정상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건강보험종합계획은 우리나라 의료제도 정상화를 논의하는 것인 만큼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행안부 등 범정부 및 국회, 의료계 등을 총망라한 실행력과 상징성을 담보하는 포괄적 사회기구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만한 협의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해 비판하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건정심은 오는 19일 건강보험종합계획(안)을 서면심의 하기로 했다.
건정심에 참여하는 한 위원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건강보험종합계획(안)은 건정심에서 부결된 게 아니라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가 된 것"이라며 "내용상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이미 많다"라며 "의협이 탈퇴한 건정심도 그렇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도 있다. 논의 자리는 박차고 나간 후 또 협의체를 꾸리자고 하는 것은 일관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의협이 말하는 범정부 차원의 의료정책 협의체는 17년 전에도 만들어진 적 있다. 2001년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이하 의발특위)'라는 이름의 조직이 출범한 것. 대통령 자문 기구 형태이며 복지부, 당시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 장관 6명이 참여했고 간사는 대통령 복지노동수석비서관이 맡았다.
여기에 의료 관련 단체장 6명, 대통령 주치의, 의료계 또는 정부 추천 3명, 언론인 2명, 시민단체 2명 등 총 26명으로 꾸려졌다. 의발특위는 의료정책, 의료 인력, 건강보험, 공공의료 등 4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미 없는 협의체는 그만 만들고 탈퇴, 보이콧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각종 협의체에서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