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책임제의 일환으로 치매안심센터를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지역 환자군을 잃어버린 신경과 개원의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저렴한 의료비와 무상 검진 등의 혜택으로 환자들이 대거 센터로 흡수되면서 기존에 진료를 보던 환자까지 뺏기는 상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치매국가책임제 확대를 위해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치매안심센터 256곳을 모두 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앞다퉈 예산 지원을 통해 치매안심센터를 늘리며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원되는 예산을 받아 보건복지 인프라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이유다.
문제는 치매안심센터가 큰 폭으로 늘면서 지역 치매 환자들이 대거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을 올려야 하는 지자체가 대대적으로 홍보를 진행하며 환자들의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의 A신경과의원 원장은 "치매국가책임제의 취지와 목적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급진적 제도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며 "이미 라포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를 받던 환자조차 치매안심센터에 가겠다며 치료를 중단하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그동안 지역의 치매 환자들과 의사들 간에 라포가 깨지는 것은 물론 제대로된 관리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실적 놀음에 일선 개원의들이 돌을 맞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재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면 치매 정밀검진 등이 사실상 무료로 제공된다. 일선 개원가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외에도 치매 약제는 물론, 진료비 등도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까지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치매안심센터 과밀화를 막기 위해 일선 병의원에서 신경인지검사를 받을 경우 15만원의 바우처 등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이미 환자 쏠림 현상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진 상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치매안심센터 확대와 더불어 민간의료기관과의 역할 정립과 의사들의 참여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치매 환자 관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이은아 회장은 "그나마 치매안심센터 초기보다는 의사회나 학회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치매안심센터의 목적이 초기 환자들을 잡아내는 것이었는데도 모든 환자에게 정밀 검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일선 의료기관과 마찰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치매 관리에 국가가 나선다면 당연히 환영할만 하지만 전문가 의견을 조금 더 받아들이고 논의하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신경계 약물 자체가 상당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그 중심에는 신경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