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한 대학병원에게 2억 8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에서는 단순한 실수로 인정해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명백한 오기로 여겨진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원심 판결을 뒤짚은 것.
서울고등법원은 여드름 치료를 받다가 전격성 간부전으로 치명적인 간손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짚고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14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환자 A씨가 여드름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담당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은 뒤 3주 정도가 지난 뒤 A씨는 급격한 고열로 응급실로 이송됐고 이 병원 의료진은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이라며 입원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후에도 환자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결국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전격성 간부전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 끝에 A씨는 퇴원할 수 있었지만 큰 흉터와 후유증이 남았고 지금까지도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자 담당 의사의 과실을 물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PP를 PPD로 차트에 적은 것은 단순한 실수일 뿐 과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따라서 환자에게 처방한 한센병 치료제 댑손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점만 인정해 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실수로 PP를 PPD로 적었다는 점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의사가 처방한 댑손의 적응증에 PP 즉 색소성 양진은 있지만 PPD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이러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
재판부는 "의무기록에 분명히 PPD로 명시돼 있고 PP를 잘못 적은 것이라는 병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한센병 치료제 댑손을 처방한 것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특히 댑손을 처방할 경우 간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혈액검사와 간 기능 검사를 시행해야 하지만 이 또한 간과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가 간이식 수술까지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원측에 70%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