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혁 대변인 "국민 눈높이 안 맞지만 독립적 기구라 관여 못해" 환자 성폭행 정신과 의사 1년 6개월째 윤리위 회부 상태
환자 성폭행 논란의 중심에 놓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비롯해 비윤리적이라고 지목된 의사들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지지부진하다.
준법 진료를 선포하고 자율평가제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등 의료계 자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집행부의 기조와는 반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29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는 독립적 기구라서 집행부가 결정에 관여할 수는 없다"며 "집행부는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한 제소를 즉각 할 수는 있지만 결정을 촉구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도 있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현철 원장(공감과성장김현철정신건강의학과)은 환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MBC 'PD수첩'에 방송되면서 29일 내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심을 받았다. 그는 과거 개인 SNS를 통해 특정 연예인을 진료하지도 않고 '경조증'이라 진단하는 등의 돌출 행동을 해 동료 의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해 김현철 원장을 제명했고 동시에 의협에 처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보다 앞선 2017년 12월에 김 원장을 중앙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국 윤리위원회는 1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 김 전문의뿐만 아니다.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제주대병원 교수도 지난해 11월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지만 어떤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
박종혁 대변인은 "책임과 권한이 같이 가야 면허관리 제도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윤위 결정 속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리적인 문제는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최종 법적 판단을 기다렸다가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면이 있다"며 "윤리적 문제는 법적 처벌을 받는 부분과는 별개로 해당 의사가 의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의협이 벌이고 있는 자정 노력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그는 "의사의 가장 기본은 윤리다.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문제"라며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큰 틀에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의협 중윤위는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진행하는데 "절차에 따라 심의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중윤위 관계자는 "윤리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져서 지난 18일 첫 회의를 가졌다"라며 "접수가 들어오면 절차에 따라 사건이 끝날 때까지 경과에 대해 공표를 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건에 따라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규정에 따라 (위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라며 "결정이 늦어진 건도 이유는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