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유가족 손해배상청구소송 모두 기각 "스텐트 대표 합병증 중 하나…위험 제거 불가능해"
코일색전술 중 뇌동맥이 파열해 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의사가 명백하게 과실을 저질렀다는 근거가 없는 이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스텐트 삽입 과정에서 유도 철사가 뇌동맥류 안으로 들어갈 때 늘 파열의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를 미세하게 조정하기는 매우 힘든 만큼 결과가 안좋다는 것 만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코일색전술 중 뇌동맥 파열로 결국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5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두통을 호소하던 망인 A씨가 B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B대병원 의료진은 뇌동맥류에 대한 코일색전술을 시술했고 수술 과정 중 보조 기법인 스텐트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원위부의 뇌동맥이 파열됐다.
이에 의료진은 망인에게 임시 풍선폐색술을 반복 시행했지만 혈전이 발생했고 이후 두개골 절개 감압술을 시행했지만 뇌부종이 발생해 결국 사망했다.
그러자 망인의 유가족들이 의료진들의 부주의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나선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분히 위험성을 설명했고 수술 과정과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코인색전술 시행 전 목적과 시술 과정, 뇌동맥류 파열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에 맞서 유가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실을 뒤짚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스텐트 삽입 시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만 가지고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와 변론 취지를 모두 종합해 보면 유가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이 유도철선이나 스텐트 조작상 과실로 뇌동맥류가 파열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좌측 뇌동맥류는 다엽성 딸낭을 가지고 있어 파열의 빈도가 높다고 보고돼 있으며 출혈에 대한 대처 또한 풍선폐색술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의 감정에 따르면 망인에게 스텐트는 적절한 위치와 크기로 삽입됐다"며 "모혈관 파열은 스텐트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중 하나로 적절하게 시술을 하더라도 출혈 가능성은 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묻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유도철사의 끝 부분은 뇌에 있지만 조정은 대퇴부에서 하므로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기는 매우 힘들다"며 "영상 자료를 봤을때 출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