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초음파 급여화, PA 간호사 고발 사태로 논란 재점화 다음주 심초음파 시행 주체 회의 예정…극한 갈등 불가피
상복부에 이어 심장 초음파 급여화를 앞두고 초음파 시행 주체를 둘러싼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갈등이 재점화되며 의료계가 내부 분열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환자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한 현실적 문제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 갈리며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 이에 따라 다음주로 예정된 의-정 회의에서도 상당한 파열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명하게 갈리는 의견차…현실론에 무게 실는 대학병원
보건복지부는 다음주 초 내과 및 초음파 유관 학회와 의사회들이 참여하는 심장 초음파 급여화 사전 의-정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심장 초음파 급여화에 앞서 실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일선 임상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은 이미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의사회 등 개원 단체들에서 PA간호사들의 초음파 문제 등을 지적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이다.
강북의 A상급종합병원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급여화의 적정성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건강보험 재정, 나아가 수가 책정 등인데 프레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의료계가 뭉쳐서 좋은 수가를 받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의료계가 힘을 합쳐 의학적 근거와 수가 적정성 등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행 주체 논란을 꺼내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PA간호사 문제건 내부 고발 문제건 이러한 부분들은 우선은 급여 적정성과 수가 논의를 끝낸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는다"며 "이렇게 갈등만 조장해 놓으면 복지부만 좋은 일을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PA간호사들의 불법, 편법 초음파 문제를 두고 사법 당국이 전국적으로 단속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거의 대다수의 대학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적 불문율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합리적 방향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학회와 대학병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심장학회 임원은 "지난해 심장학회에서 초음파 교육을 통해 보조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던 것은 지금의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최소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며 "무조건 원칙만을 주장해서는 지금과 같은 혼란과 갈등을 풀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학병원에서 100% 의사가 초음파를 보는 곳이 없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하계도 알고 병원도 알고 환자와 국민들도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사법적 잣대로 들이대 처벌하자고 한다면 전국 대학병원들 모두가 영업정지를 받고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장학회가 주장하는 심초음파 인증제도 등이 대안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다른 방법들을 찾아서 이러한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데다 환자 대기가 길게는 1년까지 밀려있는 상황에서 의사가 모든 초음파를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주장이다.
이 심장학회 임원은 "영국과 같이 진료를 본다면 나도 환자 한명 한명 초음파를 보면서 상세히 설명해주고 싶지만 하루에 100이 넘는 환자를 봐도 6개월씩 진료가 밀려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환자들을 모두 내팽겨치고 초음파를 보고 있으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A상급종합병원 병원장도 "일각에서는 그만큼 의사를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대학병원에 하루 종일 초음파만 보는 의사를 뽑으라는 말이냐"며 "만에 하나 그렇게 뽑는다 해도 그 의사가 초음파를 보고 교수가 진료시에 녹화된 화면을 봐야 하는 것은 결국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대학병원들과 학회들은 심초음파 의-정 회의에서 이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원칙론 입각한 개원의들…"비정상을 정상화할 순 없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개원의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심지어 대학병원 내부에서도 이러한 현실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환자 쏠림 등 대학병원이 주장하는 상황들을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초음파를 시행하는 주체에 대한 부분은 절대로 현실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임원은 "아무리 비행기의 모든 구조와 운행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비사에게 전투기 조종을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 대학병원 교수들과 학회들은 급한대로 정비사에게 조종을 맡기자고 얘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초음파를 볼 줄 안다 해도 파라메디컬(진료보조인력)에게 초음파를 맡기자는 것은 의료법이 정한 면허의 범위를 허물자는 말과 같다"며 "그렇게 되면 한의사가 초음파를 하는 것은 무슨 논리로 막을 셈이냐"고 반문했다.
개원의들이 주축인 초음파 유관학회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고 있다. 지금도 일선에서 불법, 편법 초음파로 인한 피해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를 제도화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번 양보해서 MRI 등은 현실론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초음파는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는 의견.
한국초음파학회 임원은 "일각에서는 이를 교수와 개원의간에 싸움이나 영역 다툼, 심지어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데 이는 초음파 검사의 특수성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초음파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습한 의사가 아니라면 의사일지라도 판독이 힘든 것이 초음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음파를 보조 인력에게 맡긴다는 것은 내시경 검사를 간호사에게 맡긴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모니터를 통해 이상 징후와 병변을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검사의 특성상 백번 양보해도 이는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개원 단체들은 심초음파를 비롯해 상복부 초음파 등 모든 초음파 행위에 대해 진료보조인력을 활용한 불법, 편법 행위들을 직접 단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심초음파 급여화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시행 주체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사가 실시간으로 지도, 감독하지 않은 모든 행위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원내과의사회 임원은 "의사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했듯 동료 의사나 병원, 대학병원이라고 하더라도 보조 인력의 초음파 행위가 의심될때는 무조건 고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또한 다음주 심초음파 시행 주체 회의에서도 정부에 반드시 의사로 주체를 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