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의심 의료기관 10곳 중 약 4곳은 멀쩡한 병원 건보공단 "의료기관 조사 한계 있어 특사경 필요" 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사무장병원 조사 ‘적중률’이 관련 법안의 운명을 좌우할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사무장병원 조사 적중률부터 끌어올리라는 반면, 건보공단은 특사경이 있어야 적중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31일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불법개설 의료기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2019년 6월)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요양기관 518개소를 194개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설한 요양기관으로 나타났다.
즉 건보공단이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소위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하고 조사했더니 이 중 약 37%가 멀쩡한 의료기관이었던 것이다.
결국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해서 확인한 10개 의료기관 중 약 4개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의료기관이었다.
특히 이 중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건보공단의 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던 폐업을 경험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A요양병원의 행정원장이었던 J씨의 경우 사무장병원의 핵심으로 지목돼 재판을 해오다 최근 2심 고등법원까지 간 끝에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J씨는 사무장병원으로 몰려 한동안 옥살이까지 하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1심 법원은 2017년 9월 A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2심 고등법원도 지난 5월 무죄 판결했다. 이후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J씨가 몸담았던 A요양병원은 그 사이 건보공단의 진료비 지급 보류로 폐업신고를 하게 됐으며, 그도 A요양병원과 함께 직장을 잃게 됐다.
한 의료단체 임원인 의료법인 병원장은 "사무장병원의 척결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하지만 사무장병원 조사의 적발률이 너무 떨어진다. 적발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특사경까지 도입했다가는 선의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적발률은 대략 90% 이상"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방안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67% 안팎인 사무장병원 적중률을 두고 오히려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현지조사를 수행 중인 심평원과 마찬가지로 관련 이해관계자를 모인 가운데 '선정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오히려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선 의료계와는 반대로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올해 상반기 좌초됐던 특사경 법안의 통과 필요성으로 이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당시에도 사무장병원 조사 의료기관 선정도 문제로 작용했었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민원이나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않고선 사무장병원은 직접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 적발률을 높이려고 하지만 현재 권한이 없다보니 한계점이 있다"며 "불법개설 의료기관 개설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무장병원 조사의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사무장병원 조사 대상 의료기관을 신중하고 결정하기 위해 올해부터 선정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조사 대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비와 함께 2.1%의 국세환급이자를 더해 요양기관에 지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법안 논의에도 당시에도 관련 내용이 문제로 작용했는데 개선내용을 국회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