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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리 좁아지는 위장관외과…위암 치료 주도권 흔들

발행날짜: 2019-11-06 05:45:58

초점위암환자 감소에 '소화기내과' 간단한 시술로 무게추 옮겨져
전문학회 시작으로 비만대사 등 살길 찾아 나선 위장관외과

#. 전라도의 한 대학병원 위장관외과에서 근무하던 A 교수는 최근 병원을 사직했다. 위암 수술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병원 내에서 설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 서울에 B 대학병원 외과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비만센터 강화를 위해 위장관외과 전임의를 지원받았지만 병원 내 외과 레지던트 중 위장관외과에 관심을 보이는 레지던트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위암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탓에 외과 계열 중에서도 잘나가기로 손꼽혔던 '위장관외과'가 최근에는 입지를 고민해야 하는 신세다. 위암 수술 '메인' 치료의사 자리도 소화기내과의 추격에 위협받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암 수술 환자는 2014년 1만 6221명에서 2017명 1만 4515명으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부터 70대까지 고령인 환자가 위암 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 위암 수술을 하고 있는 교수들도 최근 위암 수술 환자가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H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위암 수술을 하는 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이고 선진국으로 변화되는 증상이다. 600병상 종합병원에서 한 달에 위암 수술 10케이스면 많은 수준"이라며 "최근 2~3년부터 확실히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 발병률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K대학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도 "수술 건수도 줄고 있지만 연령대 분포를 살펴봐야 한다"며 "위암 발생 연령대가 노년층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대로 위암이 발생하는 연령대가 노년층으로 옮겨진 것인데 더 지나면 위암 발병률은 현재보다도 훨씬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암수술 현황 관련 빅데이터 자료.
소화기내과로 주도권 넘어간 위암

문제는 그동안 위암 환자 치료를 전담하던 위장관외과 의사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건강검진 활성화로 초기 위암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위암 수술에 있어 무게추가 위장관외과에서 소화기내과로 옮겨지고 있다.

더구나 올해 초 소화기내과에서 실시하는 위암 내시경 절제술이 '전문질병군'으로 분류돼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있어 잣대가 되는 전문질병군에 소화기내과에서 하는 초기위암 내시경수술이 포함돼 있기에 구지 외과적 수술을 권유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대학병원의 경우 위암 환자 치료 숫자가 위장관외과 교수보다 소화기내과 교수가 더 많을 정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소화기내과에서는 자신들이 이제 위암 메인 치료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수술 케이스 숫자도 병원 내에서 위장관외과 교수보다 소화기내과 교수가 더 많다. 환자가 집중되는 서울도 그런데 지방병원은 오죽하겠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외과가 할 만한 위암수술은 피부로 와 닿게 줄다보니 현재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려는 레지던트 중에서 외과 계열의 세부전문의 중에서 위장관외과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우리병원도 마찬가지다. 레지던트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장래가 대학교수 길 밖에 없기 때문에 위장관외과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살길 찾기 위해 팔 걷어 올린 위장관외과

위기감이 커진 것일까. 최근 위장관외과 의사들도 다양한 진로 모색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본격 닻을 올린 '위장관외과학회'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간 위암 수술에만 매달렸던 위장관외과 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 학회 운영을 통해 비만대사, 위식도 역류 등 치료분야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위암학회 산하 연구회로 있던 위장관외과가 본격적인 전문학회를 창립하면서 본격적인 진료영역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솔직히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잘못한 것이 위암수술이 제일 많으니 그것 외에는 생각을 그동안 하지 않았다"며 "선진국에서는 위식도역류수술도 위장관외과에서 많이 하는 부분인데 그동안 외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비만대사도 이제 시작했는데 설자리가 좁아드니 이제야 할 것을 찾았는데 이미 늦은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여기에 위암학회는 소화기학회 등과 논의 수술 관련 논의를 통해 지난 5월 위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형 위암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화기내과에서 하는 위암 내시경 절제술은 기준을 암 크기 2㎝ 이하로 정했다. 내시경상 점막암이 확인되고, 종양 내 궤양이 없는 초기위암의 경우 내시경 절제술을 권고했다.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혹여나 있을지 모를 위암수술을 둘러싼 진료과 간의 경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위암학회 관계자는 "별도의 전문학회 필요성은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위장관외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분야를 늘리는데 학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지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위장관외과처럼 발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