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삼성화재 목포기독병원 대상 부당이익금 환수 소송건 정혜승 변호사 "보험사는 사기업…건강보험 흉내 안 돼"
'임의비급여'라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남발하고 있는 실손보험사의 행태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스크램블러에 이어 맘모톰 관련 소송에서도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9단독은 13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전라남도 목포기독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법률 용어로 보험사에게는 채권자 대위권이 없다는 소리다.
삼성화재는 목포기독병원이 149명의 환자에게 임의비급여로 맘모톰(96명)과 스크램블러(53명) 시술을 했다며 1억4500만원(맘모톰 9800만원)을 토해내라고 했다.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6월 사건이 접수된 후 두 번의 변론을 거쳐 약 반년 만에 법원은 '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단일 건이지만 맘모톰 소송은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 대한병원협회로 민원이 들어와 진행하고 있는 소송건만도 21개 병원에서 30억원 규모에 달한다.
외과 개원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외과의사회가 파악하고 있는 맘모톰 소송만도 300건 가까이 된다.
목포기독병원 대리를 맡은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게 남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남은 환자"라며 "환자의 의사가 굉장히 중요한데 환자 중에서는 소송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도 보험사가 이런 식으로 법원을 이용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채권자 대위를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실손보험사가 소송에서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병원이 부당이득금을 반환하게 되고 결국에는 병원이 환자에게 공짜로 진료해준 셈이 된다. 병원은 자체 인프라를 사용해 환자에게 공짜로 치료해줬으니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환자는 결국 보험사에게 "왜 나도 모르는 소송을 하냐"고 항의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이런 소송을 제기하려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소송 진행 의사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라며 "실손보험이 아니더라도 내돈 내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가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즉 보험사가 진료비 반환을 요청해야 하는 소송 상대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환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보험사 측은 환자에게 직접 소송을 하면 금융감독원에게 제재를 받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보험사가 잘못했다면 처분을 받는 게 당연한 것이다"라며 "반박 논리를 찾다 찾다가 보험사 스스로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이 같은 실손보험사의 남소 행태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선은 지난 6월에 예견된 바 있다.
스크램블러 치료법이 임의비급여라며 K손해보험사가 서울의 한 의원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이번 판단과 같았다. 실손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서 치료비를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혜승 변호사는 "맘모톰과 스크램블러뿐만 아니라 한의원, 비뇨의학과 등 실손보험사들이 임의비급여 문제를 광범위하게 건드리고 있다"며 "실손보험사 입장에서도 소송을 관철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사가 건강보험을 흉내 내고 있는데 실손보험사는 어디까지나 사기업이다. 건강보험을 따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추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외과의사회도 반색을 표하고 있다.
외과의사회 이세라 보험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실손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많은 의사들이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맘모톰 관련 소송은 제도의 미비나 오해로 발생한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소송을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맘모톰 관련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환자와 의사, 보험사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