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하"수익 외치는 병원장과 대화하려면 '노조'가 필요했다" 4월 1일 기점으로 의대교수노조 카운트다운…광폭 행보
|초점| 의대교수가 왜 '노동조합'을 논하게 됐나
2020년 3월 31일 이후 대학교수도 노조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의대교수 노조도 꿈틀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수면 아래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는 노조 결성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돈벌이 내몰려 번아웃에 빠진 의대교수들 <하>그들은 왜 의대교수 노조 깃발을 들었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와 아주대병원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회)는 의대교수 사회에 '노동조합'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일에는 전의교협은 아주대병원 교수회 지지성명서를 통해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힘을 싣어주기도 했다.
전의교협 권성택 회장(서울대병원 성형외과)과 아주대병원 교수회 노재성 회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의과대학 교수가 '노동조합'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하게 된 배경에 '돈벌이'로 전락한 의료를 꼽았다.
이와 함께 과거 의대교수하면 떠올리던 사회적 명예와 지위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입다물고 있기에는 의료현장은 곪아 터지고 있다고 봤다.
다음은 의대교수 노조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두 인물인 권성택 회장과 노재성 회장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Q:교수, 심지어 의대교수가 노조를 만든다? 10년전만해도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얘기아닌가. 노동조합 활동이 현실화된 결정적인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권성택 회장=원인은 하나다. 병원이 의사에게 환자 치료가 아닌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업무강도는 높아지고 번아웃되니 교수들도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된다고 본다. 동일한 질환 환자가 있다고 치자. A교수는 100만원의 진료비를 뽑아내는데 B교수는 50만원에 그치면 병원 경영진은 A교수를 능력있다고 평가한다. 납득이 되나? 이같은 분위기는 결국 돈이 안되는 환자는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노재성 회장=대기업이 의과대학을 설립하면서 대학병원에 대기업의 운영방식이 도입, 규모를 통해 시장을 점유하고 매출을 증대하는 방식이 병원운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병원 매출에 직접적인 임상교수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상당수 대학병원은 의료진이 과도하게 진료를 해서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환자도 위험하지만 의사에게도 리스크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거듭 문제를 제기했지만 허공의 메아리에 그쳤다.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앞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중앙보훈병원이 노동조합을 출범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Q:두분 모두 의대교수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문제제기를 해줬다. 그런데 현재 교수회 조직을 통해 여론화하긴 어렵나. 왜 노동조합이어야만 하나.
노재성 회장=과거에는 사실 의사는 노-사로 따지면 사측에 가까웠다. 선배의사가 의료원장, 병원장직을 수행하다보니 소통이 원활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기업병원의 등장 이후 병원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과거 소통을 해온 경영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른 의료진과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순간부터는 경영진이 동료 혹은 선후배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을 뿐더러 의견을 제시해도 수용할 의지도 안보인다. 결국 교섭권이 필요하다 여겼고, 그러기 위해선 노조라는 툴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권성택 회장=국립대병원 교수도 매달 진료 성적표를 받듯 진료 과장급 이상 보직을 맡으면 진료실적 회의를 한다. 또 진료실적이 우수한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니 의료의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겠나. 더이상 점잔만 뺀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미 법적으로 의사 노조를 인정받았다. 또 교수도 인정받았다. 이제 교수이면서 의사인 사람만 남았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직전이라고 본다. 큰 물결을 바꾸기는 힘들다.
Q:그런데 의사노조, 사회적 혹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
노재성 회장=의사노조는 현대자동차 노조와 다르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고액 연봉임에도 파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파업할 일은 없다. 또 의대교수 노조 설립이 그렇게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 경영진과 합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것이고 교섭권을 얻고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것 뿐이다. 이를 두고 국민적 지지를 받을 이유까지 있을까 싶다.
권성택 회장=전의교협은 파업 등 단체행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의사의 임금을 요구하는 등의 행보도 없을 것이다. 의사들 밥그릇챙기기 위한 조직으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할 생각이다. 올바른 의료정책 즉, 전체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또한 2000년 의약분업을 겪으며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 의사들은 목소리를 냈지만 허무하게 무너졌다. 노동조합이라도 구축하고 있어야 먼 미래에 혹시라도 그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일부 있다.
Q: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오는 3월 31일 이후 대학교수 노조활동이 가능해진다. 의대교수 노조활동 계획을 어떻게 잡고 있나.
노재성 회장=할일이 많다. 의대교수의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노동청 근로감독, 국가인권위원회 등 모든 방법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해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소송은 시간이 걸리지만 노동청, 인권위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외부에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확인을 받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 결과에 따라 병원 경영진과 소통을 해볼 생각이다.
권성택 회장=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전의교협은 4월 24일 총회에서 명칭을 '노조'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킨 이후 5월 15~16일 워크숍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노조 준비위원회 성격의 모임이 될 듯하다.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단위노조가 뒷받침 돼야 힘을 받는다. 의사노조는 2명이상이면 발족이 가능하다. 많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동참해줬으면 한다. 단체행동을 하자는게 아니다. 복지부 장관에게 의료정책 제안이나 잘못된 방향성을 지적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이미 큰 흐름은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