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간질이나 발작에 처방되는 22개의 약물에 대한 대대적인 부작용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황반증과 두드러기 등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부작용은 라모트리진 제제가 가장 많았고 호산구 증가증,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과 같은 심각한 사례는 카르바마제핀의 비중이 높았다.
국내 간질약 부작용 전수 조사…91.8%가 발진, 두드러기 겪어
건국대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김동욱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국내에 출시된 간질약에 대한 부작용 사례를 취합해 분석했다. 이 연구는 3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간질약 부작용 보고를 취합하고 약제별, 질환별로 세부 분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22개의 간질약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2942명으로 1450명은 남성, 1456명은 여성이었다.
분석 결과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역시 발진과 두드러기였다. 2942명 중 2702명(91.8%)가 이러한 증상을 호소했으며 대부분이 적절한 치료에 의해 부작용을 해소했다.
이러한 일반적 부작용이 가장 많이 일어난 약물은 라모트리진으로 23.8%를 차지했다. 이어 발프로산이 23%로 뒤를 이었고 카르바마제핀을 처방받은 환자가 17.4%로 집계됐다.
또한 옥스카르바제핀을 복용한 뒤 부작용이 일어난 환자가 10.9%로 분석됐고 레베티라세탐이 6.2%, 페니토인이 5.4%를 차지했다.
김동욱 교수는 "대부분의 간질약 부작용은 발진이나 두드러기로 심각한 부작용없이 해소됐다"며 "하지만 8%의 환자에게서는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부작용도 8% 차지…카르바마제핀 복용자가 대다수
실제로 대부분이 이러한 일반적인 부작용을 호소하는데 그쳤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은 호산구 증가증 및 전신증상(DRESS)이 3.7%를 자치했고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SJS)을 겪은 환자가 3.6%, 독성 표피 괴사(TEN)가 나타난 환자가 0.85%로 뒤를 이었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은 카르바마제핀을 복용한 환자가 48.8%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라모트리진이 23.8%, 발프로산이 8.3%, 페니토인이 6.3% 순이었다.
이러한 부작용은 간질약을 방향족(aromatic)약물과 비 방향족(non-aromatic)으로 나눴을때도 대조되는 경향을 보였다.
방향족 약물이 비 방향족 약물보다 심한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3.86배나 높았기 때문이다(OR=3.86). 방향족이란 분자 속에 벤젠 고리를 가진 유기 화합 구조가 포함된 약물을 뜻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까지 이어진 경우는 7건으로 집계됐다. 직접적인 원인은 호산구 증가증 및 전신증상(DRESS)가 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이는 모두 라모트리진 복용자에게서 나타났다.
김동욱 교수는 "2018년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18개의 연구 논문에서 간질약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호산구 증가증과 스티븐슨 존슨 증후군, 표피 괴사였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 출시된 약제와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첫번째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발프로산이 부작용 사례 중에 두번째를 차지한 것"이라며 "세계적인 연구 결과가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간질약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방향족 약물과 비 방향족 약물간의 차이와 약물의 특성을 고려해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약물별 부작용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해 환자의 특성에 맞는 처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에 분석된 대로 고위험군의 간질약은 매우 신중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토해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조기 발견과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