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개 기관에서 369명 대상 1차 및 2차 요법 임상 14일간 치료 연장도 사실상 무의미…"내성 증가 영향"
국내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를 위해 권장되는 표준요법인 PPI(Proton pump inhibitor)제제 기반의 3중 요법이 실제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환자들이 약물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 결과로 이에 따라 14일간 이뤄지는 PPI 기반 3중 요법을 표준으로 하는 치료 가이드라인도 변경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표준치료인 14일간 PPI 3중요법 사실상 박멸 불가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오정환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니 멸균 치료의 표준요법과 비스무트 함유 4중요법, 또한 치료 기간에 대한 차이점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3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결과를 공개했다(doi.org/10.3346/jkms.2020.35.e33).
연구진은 헬리코박터가 위암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도 표준 요법 치료를 통한 박멸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과거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한 14일간의 치료 기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지금도 이러한 기준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총 369명의 헬리코박터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7일 혹은 14일간 PPI 기반의 3중 요법을 통한 1차 치료와 비스무트 4중 요법을 활용한 2차 치료군으로 나누고 대조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1차 치료의 경우 7일간의 치료와 14일간의 치료간에 박멸률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멸 성공을 가늠하는 우레아 호흡시험으로 결과를 본 결과 7일간 치료를 받은 환자의 박멸률은 78.5%로 14일간 치료를 받은 환자 78.6%와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치료 의도 (ITT) 분석에서도 7일 치료 환자와 14일 치료 환자의 박멸률은 각각 64%와 66%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약물 순응도도 7일 그룹이 81.5%, 14일 그룹이 84.3%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작용은 오히려 14일 요법이 더욱 높았다. 7일 그룹이 15.7%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14일 그룹은 20.9%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굳이 표준요법으로 정해진 14일동안 약을 먹지 않고 7일만 치료해도 사실상 결과는 유사하며 오히려 14일간 치료할 경우 부작용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그나마 비스무트 4중 요법이 효과…"가이드라인 변경 필요"
그나마 비스무트 제제가 들어간 4중 요법이 박멸 효과는 더욱 좋았다. 2차 치료로 정해진 요법을 1차 치료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비스무트 4중 요법은 14일의 치료기간을 가졌을때 더욱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비스무트 제제를 넣은 4중 요법으로 7일간 치료받은 환자는 91.7%가 박멸 효과를 보였다. 또한 14일간 치료받은 환자들은 100%까지 박멸에 성공했다.
약물 순응도는 7일 그룹이 95.5%, 14일 그룹이 98.1%로 순응도도 3중 요법에 비해 훨씬 높았고 치료 기간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복부 충만과 메스꺼움으로 대부분이 심각한 부작용 없이 치료를 마쳤다.
오정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PPI제제 기반의 3중 요법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박멸을 위한 1차 요법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대한소화기학회 지침에 14일간의 PPI 3중 요법이 표준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3중 요법에 주로 사용되는 클라리트로마이신 내성이 17%에서 37%로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10일간의 순차요법과 하이브리드요법 등이 마찬가지로 효과를 보이지 않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에 따라 표준 요법을 변경하는 동시에 박멸을 위한 효율적인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미국소화기학회가 발표한 임상 클리닉 가이드라인(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Clinical Guidelines)에 따르면 14일간의 PPI 제제 3중 요법은 클라리트로마이신 내성이 15% 미만에서만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 소화기학회 지침에서도 PPI제제 3중 요법을 사용하기에 앞서 항생제 내성 검사를 진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항쟁제 내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표준요법인 PPI제제 3중 요법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오 교수는 "PPI 3중요법의 효능을 재평가하고 국내 상황에 맞는 1차 요법을 다시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며 "새로운 1차 요법과 함께 2차 치료로 사용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우선 비스무트 제제를 포함한 4중 요법이 더 높은 박멸률을 보인다는 점이 희망적이지만 이 또한 더욱 큰 규모의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