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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받는 로피나비르는 어떤약?

발행날짜: 2020-02-05 05:45:58

중국, 태국 치료 효과 보고에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관심
전문가들, 가능성 수준으로 한 목소리…"사실상 궁여지책"

|초점=코로나 치료제 급부상한 칼레트라 |

중국과 태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항에이즈 치료제가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나온데 이어 국내 환자에게도 처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약물은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인데, 전문가들은 항바이러스 제제라는 점에서 치료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추가 연구없이는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통적 에이즈약 '칼레트라'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부각

HIV치료제가 급작스레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태국과 중국에 이어 국내 확진자도 이 약물로 차도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HIV치료제로 개발된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혼합제가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검토되고 있다.
태국과 중국 언론을 통해 HIV치료제로 신종 코로나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타진됐을때만 해도 단순히 외신 수준에 머물렀지만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 당국이 국내 환자에게 처방했다는 것을 공식화하면서 이 약물에 급속도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국내 의료진과 보건 당국 모두 구체적인 처방 약물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태국과 중국 사례를 고려하고 현재 출시돼 있는 HIV치료제의 현황을 감안할 때 처방된 약물은 칼레트라(애브비)로 점쳐지고 있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의 혼합제로 로피나비르는 프로테아제 방해 기전으로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약제다.

프로테아제는 HIV바이러스 증식에 사용되는 효소로 로피나비르가 리토나비르와 혼합되면 이를 억제하는 기전이 나타나면서 궁극적으로 HIV의 확산을 막는 효과를 보인다.

쉽게 말해 HIV바이러스 자체를 공격하기 보다는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효과를 가진 셈이다.

일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치료에 이 약제를 활용할 가능성을 점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선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HIV치료제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활용된 바가 있다. 전국을 강타했던 사스와 메르스가 창궐하던 시기였다.

실제로 대한감염학회가 메르스가 유행하던 2015년 발표한 진료지침에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혼합요법이 언급돼 있다.

또한 C형 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과 인터페론의 처방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확진자는 이 지침에 따라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인터페론, 그리고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오셀타미비르를 동시에 처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보건복지부도 당분간 이에 대한 오프라벨(허가초과처방)을 허가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에 한해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인터페론에 대해 한시적으로 오프라벨 처방을 내도 삭감없이 급여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등 유관 학회들도 이에 대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공식화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메르스 당시 만들었던 진료지침을 신종 코로나에 맞게 업데이트 하고 있지만 HIV치료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다"며 "일부 동물 실험 정도에 임상이 머물러 있기 때문에 과연 학회에서 이를 공식화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임상 효과는 아직 물음표…"미봉책으로 봐야"

실제로 전문가들은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인터페론의 가능성에는 주목하면서도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HIV치료제의 효과에 물음표를 그리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세계적인 의학 저널인 란셋(LANCET)에서도 언급됐듯 가능성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 구체적 임상이 진행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에이즈학회 손장욱 이사(고려의대)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혼합 요법은 HIV에 있어서는 표준 치료에 가까우며 지난 2015년 HIV진료지침에서도 우선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안전한 약물인데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기대하는 실험적 근거들은 발표돼 있는 만큼 실제적으로 대안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인터페론이 궁극적으로 바이러스 억제 작용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이론적으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억제에도 효과를 '보일 수'는 있다는 것이다.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의 기전을 살펴보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기댄 처방으로 볼 수 있다"며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기 보다는 그나마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는 미봉책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터페론이나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마찬가지 입장에서 밑져야 본전으로 우선 투약한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말 그대로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해볼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근거는 부족하지만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처방은 계속될 것

이러한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즉 HIV치료제의 처방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부가 오프라벨 처방을 허가한데다 앞서 언급한대로 지금 상황에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연 소요되는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관심사다. 지금까지는 오프라벨의 특성상 제한적으로 처방이 이뤄졌지만 공식적인 대안 처방으로 굳어진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HIV감염자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만 7천여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환자 증가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인구 대비 환자가 매우 적은 편에 속하며 이로 인해 약물 비축량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HIV치료제가 부족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15명에 불과한데다 대체 약제들도 있다는 점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 이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에이즈학회 관계자는 "학회 공식 입장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정부도 이미 제약사를 대상으로 공급과 수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볼때 HIV치료제가 칼레트라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다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중국 등과 같이 품귀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