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가 선별진료소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문이 닫히고 전신보호복을 착용한 간호사들이 음압진료실로 안내했다.
신종 감염병 매뉴얼에 따라 문진이 이뤄졌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박민지 과장이 문진 결과를 토대로 의심환자와 통화를 하며 검체 채취 여부를 판단한다.
다행히 의심환자는 코로나 19 의심 증상이 없었다. 얼마 전 어머니와 베트남 처가 집에 다녀온 후 미열이 있어 불안감에 방문한 것이다.
의심환자의 선별진료소 내원부터 의사의 무증상 판정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
전신보호복을 탈의한 간호사들 이마에는 구슬땀이 매쳐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 레벨 D 전신보호복 착용 후 간호 행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은경 수간호사는 "다행히 코로나 환자가 아니랍니다. 박민지 과장이 의심환자와 통화하며 최종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선별진료실에서 대기하며 혹시나 모를 검체 채취 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희 웃었다.
응급의학과 박민지 과장은 의심환자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의심환자는 베트남 처가 집을 방문했고, 다른 사람과 접촉 없이 리조트에만 머물다 귀국했다. 미열과 콧물이 있으나 코로나 19 불안감인 같다. 같이 방문한 어머니도 얼마전 똑 같은 증상으로 선별진료소에 내원해 음성 판정을 받아 감기약 처방 후 귀가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박민지 과장은 5년 전 메르스 사태 시 서울대병원 전임의로 응급실을 지킨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메르스 사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 19를 대응하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이 의심환자도 본인이 1339로 연락해 증상을 말해 문제가 없다고 들었지만 불안감에 세종병원을 내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느낀 방역당국과 선별진료 현장 간 괴리감을 지적했다.
박민지 과장은 "의심환자 중 단순 폐렴으로 내원해 보건소에 보고했더니, 입원시키라고 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 국가 격리지정 병원도 아니고 코로나 19 확진환자도 아닌데 무조건 입원시키라는 말은 이해가 안됐다. 세종병원에 음압병실이 있으니 너희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음압병실 입원을 위해서는 접촉자를 최소화하는 동선이 필요하다. 보건소에 입원 동선이 없어 어렵다고 했더니 병원이 그런 것도 안 만들고 뭐했냐고 다그쳤다. 어이가 없었다. 국가 지정 병원이 아니나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자진해서 선별진료소를 만든 병원에게 그게 할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지 과장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코로나 19 사태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우한 지역의 코로나 발생이 들렸고, 춘절로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라는 것이 의사들의 생각이었다. 지난 1월 설 연휴 때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정부가 방역체계를 가동시켰다. 설 연휴 이전부터 중국 입국자 특별조치가 취했다면 28번 환자(2월 13일 기준)까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코로나 19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설 연휴 확진환자 발생을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는 휴일이 없다'는 안일한 정부 대응을 지적하는 우스갯소리도 회자됐다"고 덧붙였다.
의심환자 귀가 조치 후 선별진료 간호사들은 별도 공간에서 대기했다.
대기 중인 간호사들은 선별진료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이은경 수간호사는 "코로나 19 의심환자가 하루 평균 2~3명에서 진단키트 배포 이후 7명 정도로 증가했다. 응급실에 13세트의 진단키트를 구비했다"면서 "세종병원은 지난해 신종 감염병 대비 레벨 D 전신보호복 착용 훈련을 실시해 의료인 모두 보호복 착용에 숙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들 역시 진료현장을 간과한 방역 지침을 지적했다.
이은경 수간호사는 "의사와 간호사가 전신보호복을 입고 의심환자 검체 채취해 최종결과 판정까지 매일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 의심환자는 응급실 환자로 등록되나, 심사평가원에서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삭감한다"고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문제라면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의심환자의 약 처방도 문제이다.
음성 판정까지 음압진료실에서 대기 중인 환자의 원내 처방을 불허하면서 환자 동의하에 직원들이 처방전을 들고 문전약국에서 조제해 전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일부 의심환자의 욕설 등 과잉 민원이다.
송옥주 수간호사는 "확진환자도 아닌데 왜 격리 치료하느냐는 민원부터, 니들이 뭔데 나를 감염자 취급하느냐고 욕을 퍼붓는다. 선별진료를 자진한 많은 젊은 간호사들이 울며 하소연한다. 의심환자들이 민감한 상황인 것은 이해하나, 우리도 욕먹기는 싫다"고 토로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역시 코로나 19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했다.
응급의학과 박민지 과장은 "정부 손실보상은 기대도 안 한다. 의사로서 할 일을 할 뿐이다. 동료 의사들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다만, 방역을 위해 애쓰는 의사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경 수간호사와 송옥주 수간호사는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방역 현장에 있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면서 "의심환자가 내원한 순간부터 최종 판정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선별진료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의심환자 1명만 내원했다.
선별진료 의료진들 사이에서 '오늘 의심환자가 안 오네'라는 말은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금기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