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태료 감염병 시기 한정 주문…의료계 "의료인 사기 꺾는 법안" 기재부, 의료기관 외 손실보상 불가 "막대한 재정소요, 제도 악용 우려"
코로나 19 확산을 계기로 의료기관 및 약국 등 요양기관 ITS(해외여행 정보제공 시스템) 설치 의무화에 보건복지부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ITS 미설치 요양기관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이 17일 국회에 제출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파 차단 및 예방을 위해 보건의료기관에서 ITS 등 정보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 19 발생과 확산 이후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것이다.
개정안 모두 요양기관 ITS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으나 설치 범위기관과 미설치 기관의 패널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허윤정 의원 개정안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장 및 그 종사자와 약국, 약국 개설자 및 그 종사자를 대상으로 ITS 설치와 확인을 명시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승희 의원 개정안은 보건의료기관 장으로 ITS 설치 확인을 규정했으며, 이를 위반한 자에게 1천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을 신설했다.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은 해외 감염병이 발생해 국내 유입 및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의료기관 장 등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며 법안 취지에 동의했다.
그는 "현행법에는 환자의 해외 여행력 정보를 확인하는 의무규정을 두지 않아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한 당시 의료기관 ITS와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 및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 이용률이 전체기관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월 25일 설 연휴 기간 확진환자 발생 당시 ITS 조회 현황은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93.0%, 병원 84.7%, 요양병원 85.3%, 의원 52.5% 등 중소 의료기관의 조회 비율이 낮았다.
확진자가 증가한 2월 3일,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96.7%, 병원 95.3%, 요양병원 95.1%, 의원 84.5% 등 조회 비율이 대폭 개선됐다.
수석전문위원은 이어 "개정안은 ITS 설치 의무대상자 범위와 해외 여행력 정보 확인방법 그리고 과태료 수준 등에 내용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설치 의무대상자는 환자의 진료 또는 의약품 처방 조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료인과 약사 또는 보건의료기관 장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환자의 해외 여행력 정보 확인 수단은 ITS 외에도 DUR과 수진자 자격조회시스템 등 다양한 매개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수단 범위를 넓히는 것이 법의 실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설치 요양기관의 과태료 부과 조항은 의무위반자 권익 등 법익 균형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수석전문위원은 "감염병 전파 및 유행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서 환자의 해외 여행력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법익에 비해 침해되는 의무위반자 권익 정도가 크다"면서 "감염병 국내 유입 및 전파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과태료 처분을 적용 받도록 하는 것이 법의 균형성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역시 수석전문위원 지적에 동의하며 '수정수용'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기관에서 해외 여행력 등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해외 여행이력 등 확인 의무에 대한 과태료는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단계 발령 시로 한정해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에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대신 유감을 표명했다.
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코로나 19 사태 이후 중소 의료기관이 의무화가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이미 90% 이상 ITS를 설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치 의무화와 과태료 부과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방역 최전선인 의료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지 못할망정 사기를 꺾는 국회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감염병 정보 공개로 요양기관을 제외한 사업장 등 손실보상 근거 마련 개정안(대표 발의 기동민 의원)은 복지부와 기재부 모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개정안은 감염병 환자 등이 발생 경유하거나 그 사실을 공개해 발생한 의료기관 외 법인, 단체, 사업장 손실 보상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나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등 사실을 공개한 경우 대상이 되는 법인, 단체, 사업장 등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실을 공개해 발생한' 손실의 범위가 인근 지역에 위치한 사업장에 발생한 손실 등으로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공개 대상이 아닌 경우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기관 외 손실보상 확대에 신중한 검토를 피력했다.
이에 복지부는 '신중 검토'를, 기획재정부는 '수용 곤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요양기관의 경우, 의심환자 진료 거부를 막기 위해 손실보상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사업장 등으로 확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현행 법령에 따라 비의료기관 손실보상이 이미 가능하다"면서 "개정안에 따를 경우 단순 명단공개로 인한 객관적인 손실규모 산정도 어려우며, 지원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막대한 재정소요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는 또한 "명단공개와 상관없이 본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업장 등의 제도 악용 사례 빈발 가능성이 크다"며 요양기관에 국한된 손실보상을 고수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세연)는 18일 감염병 관련 법안 상정,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그리고 20일 심의 법안 의결 등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최종 법안을 넘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