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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심평원 코로나19 음성환자가 확진자였다면?

발행날짜: 2020-02-22 06:00:40

의료경제팀 문성호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해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진단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진단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 동안에는 혹시 모를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피가 말랐다.

해프닝의 전말은 이렇다. 심평원 의료수가실 A직원은 지난 15일 고향인 대구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 뒤이어 19일 심평원 내 입사 동기들과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하던 중 접촉사고가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 선별진료소 이동,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이 사실이 심평원에 알려지자 자체적인 역학조사로 접촉한 직원들과 해당부서 직원들을 전원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A직원이 자주 오가는 심평원 건물을 긴급하게 소독 조치했다. 혹시 모를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A직원이 코로나19 진단 결과 음성이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새겨봐야 할 점이 있다.

만약 심평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단적으로만 본다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와 동시에 해당 직원과 접촉한 직원들 모두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이후 추가적인 환자가 발생할 경우 직원들 모두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심평원 기관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심평원의 기능 마비는 일선 의료기관의 진료기능 마비를 뜻하기 때문이다.

진료비 심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 진료비 청구도 먹통이 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진료비 심사는 개인정보 유출 차단을 위해 심평원 기관 내에서만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한다 해도 심사는 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사기능 먹통뿐만이 아니다. 복지부가 의료기관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정책 추진도 올 스톱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볼 때도 복지부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내리는 의료행위 수가와 약제 급여기준 등은 사실상 심평원이 복지부의 지시를 받아 만들고 있다. 심평원 기능이 마비된다면 일선 의료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 설계도 마비되는 것이다.

결국 심평원 기능의 마비는 현재 보건당국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도 '대형악재'로 여겨질 수 있다.

어쨌거나 앞서 말했듯이 심평원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확진자들이 최근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시 새겨봐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보건당국이 일선 의료현장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자신들이 체크해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기회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