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팩트체크]명지 측 3번 환자 증례 통해 유효성 강조 1번 환자 의료진은 확대 해석 지적…명지 측도 일부 인정
코로나19에 대한 HIV치료제 칼레트라(Kaletra)의 효능을 놓고 국내 의학자들이 각자의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3번 환자를 완치시킨 명지병원 의료진들이 이 증례를 통해 유효성에 대한 연구를 내자 1번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이 확대 해석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그러자 명지병원 의료진도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긴급 현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충분히 가능한 제안이라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세계 첫 코로나19환자 칼레트라 임상 효과 보고 그 내용은?
논란의 발단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세계 첫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칼레트라 임상 효과 증례 보고가 실리면서다(doi.org/10.3346/jkms.2020.35.e79).
명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재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최초의 2차, 3차 감염이 발생한 인덱스(Index)환자, 즉 3번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처방한 뒤 나타난 임상 증례를 통해 바이러스를 크게 감소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환자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일까. 우선 논문에 따르면 54세 남성인 3번 환자는 지난 1월 25일에 명지병원에 입원해 26일 확진판정을 받고 입원 19일 만인 지난 12일 퇴원했다.
3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코로나19 환자는 2명(6번, 28번)으로 이 중 6번으로부터 3명(10, 11, 21번)에게 3차 전염이 진행됐다. 이는 국내 최초 3차 감염 사례이기도 하다.
3번 환자는 입원 초기에는 마른기침과 발열 증상만 있었으며 호흡곤란, 흉통 같은 심각한 호흡기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의료진은 기침과 발열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시작했다. 이때 처방한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인 페라미비르(peramivir),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이다.
하지만 입원한 지 6일째 되는 날 흉부CT에서 폐렴 증상이 나타났으며 의료진은 즉시 HIV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를 처방했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성분을 조합한 조합한 치료제로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며 중앙임상태스크포스에서도 1차 치료제로 지정한 약물이다.
칼레트라 투여 전후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RT-PCR, 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이용해 바이러스 검출량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칼레트라 2정을 복용한 다음 날부터 바이러스 검출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칼레트라 투여 전날 실시한 검사에서 rRT-PCR cycle threshold(Ct)값은 30.71이었다.
하지만 칼레트라를 투여하고 실시한 검사에서 Ct값은 35.66으로 올라갔으며 투약 둘째날(입원 9일)과 셋째날(입원 10일)은 음성으로 나오기도 했다. Ct값이 낮으면 바이러스 농도가 높다는 의미다.
그 이후에도 Ct값은 34~35 정도를 유지했으며 칼레트라 투여 8일째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또한 이날부터 3일 연속 rRT-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며 결국 완치 판정을 받고 지난 12일 퇴원했다. 입원한 지 19일만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칼레트라가 Ct값을 크게 올리며 코로나19 바이러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임재균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일부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환자에서는 칼레트라를 투여한 다음 날부터 바이러스 검출량이 감소해 음전되고 낮은 수치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인 고령 환자나 기저 질환자의 경우 초기부터 칼레트라를 투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번 환자 의료진, 증례 보고 확대 해석 경계 "인과관계 확대"
그러자 1번 환자를 치료했던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박사팀은 역시 20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연구 편지를 게재하고 해당 논문이 인과 관계를 확대해석 하고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전했다(doi.org/10.3346/jkms.2020.35.e88).
코로나19에 대한 칼레트라의 효능에 대한 첫번째 보고라는 점에서 논문은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치료 효과에 대한 인과 관계를 해석할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칼레트라가 2003년 사스 치료 경험에서도 봤듯 유망한 치료 옵션은 맞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거의 없는 만큼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
실제로 1번 환자의 경우 칼레트라의 항바이러스 작용을 기대하고 처방을 했지만 질병 경과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진용 박사는 "다행히 1번 환자의 경우 급성 호흡부전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칼레트라의 효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지병원 연구진이 내놓은 논문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출한 데이터를 해석하는데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환자에 대한 rRT-PCR의 Ct 상한값은 35이고 부정적 기준은 37인데 이 증례 보고를 보면 칼레트라를 치료한 10일에 Ct값이 35.66이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지적.
칼레트라를 투여한 날 Ct값이 30.71, 이틑날 35.66로 기록되는 등 이미 바이러스의 역가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약물을 처방한 만큼 칼레트라의 효과라기 보다는 바이러스의 자연적 면역 치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김진용 박사는 "저자들 또한 연구 논문에서 바이러스 역가 감소가 자연적인 과정인지 칼레트라 때문인지 둘 다가 이유인지 알지 못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칼레트라가 임상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시켰다는 결론을 냈다"며 "또한 칼레트라를 치료 10일후 투여하고서 초기 단계에서 투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또한 연구진은 칼레트라를 지속적으로 처방했는데도 치료 4일째부터 Ct값이 긍정적인 기준 근처에서 계속해서 검출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근거들을 보면 이 증례 보고만으로 칼레트라가 증상을 개선하거나 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명지병원 연구진, 김진용 박사 주장에 재반박 "제안일 뿐"
이렇듯 1번 확진자를 치료한 의료진이 증례 보고의 해석에 대해 지적하자 명지병원 연구진도 일정 부분 이를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제안일 뿐이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논문의 의미가 칼레트라가 바이러스를 감소시키고 환자의 증상 완화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만큼 이에 대한 목적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또 다시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이에 대한 답변 연구 편지를 보내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다.
교신 저자인 명지병원 호흡기내과 박상준 교수는 "논문의 설계 자체가 칼레트라 투여가 바이러스 부하를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둔 만큼 이에 대한 결론을 내게 된 것"이라며 "김진용 박사의 주장과 같이 우리로서는 칼레트라로 인해 바이러스가 감소한 것인지 자연적 면역 치료 과정이었는지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또한 이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따라서 치료 효능을 밝히기 위해 더 광범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논문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나 백신이 승인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칼레트라가 고령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제안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상준 교수는 "우리가 논문을 통해 논의한 것은 칼레트라 투여 동안 환자의 증상이 완화됐다는 것"이라며 "칼레트라를 처방하며 Rt-PCR에 의해 모니터링이 가능한 광범위한 임상시험이 수행된다면 보다 정확한 바이러스의 동역학을 확인하는 동시에 약물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