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손실보상 대상의 예측 불가능성과 시급성을 감안해 재정당국의 목적예비비 1.3조원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종희 수석전문위원과 박선춘 전문위원은 9일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검토보고를 통해 "의료기관 손실보상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감염병 대응에 협조한 의료기관 등에 대해 지급되어야 하는 것으로 예측불가능성과 시급성 등을 감안해 연내 집행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1.7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중 보건 분야는 2.3조원으로 감염병 대응역량 1000억원 그리고 피해의료기관 손실보상 및 격리자 생활비 지원 2.2조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 의료기관 손실보상 3500억원과 경영안정화 융자자금 지원 4000억원을 설정했다.
특히 의료기관 손실보상 소요 확대 등을 대비해 목적예비비 1.3조원을 별도 항목으로 남겼다.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은 3500억원과 1.3조원을 합쳐 1.6조원 규모인 셈이다.
문제는 목적예비비 1.3조원 사용 여부이다. 목적예비비는 재정당국이 필요할 경우 가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 전권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수석전문위원실도 목적예비비 가용성을 지적했다.
손실보상 3500억원은 감염병 전문병원 100개소 1860억원과 감염병 전문병원 이외(국가지정 음압병상 운영병상 29개소와 선별진료소 설치 병원 317개소) 1593억원 및 약국 1240개소 47억원 등으로 편성됐다.
수석전문위원실은 "2020년 본 예산 중 의료기관 손실보상 목적예비비 1.3조원을 포함해 예비비 3조 4000억원이 편성됐다"면서 "추경 예산은 이미 확정된 예산을 변경하는 예외적인 재정운용 수단으로 다른 수단을 통해 목적 달성이 곤란한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경정 예산 사용 원칙을 설명했다.
따라서 "목적예비비를 통한 재원조달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예비비 소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원 조달 방식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선 목적예비비 사용 후 추경 예산 사용을 주문했다.
지재부와 복지부는 의료기관 손실보상 관련 총 8580억원 중 59.2%인 5080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충당할 예정이며, 나머지 40.8%인 3500억원은 추가 경정예산안에 편성한 상태다.
수석전문위원실은 "정부는 피해 의료기관 적정보상 원칙을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기준은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하지만 3월 6일 현재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속히 손실보상 기준을 마련해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가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 의료기관 대상과 범위 확대를 제언했다.
현 법령은 시설과 장비, 인력 등 사용에 드는 비용과 해당자원을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발생하는 비용, 소독 등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 등으로 국한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외래 환자 감소 등으로 인한 간접적으로 손실 포함 여부를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필요 시 법령 개정 또는 추가적 재정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의료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보상을 주문했다.
손실보상 추경 예산안 3500억원의 과소성을 지적했다.
현 3500억원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개소 당 손실보상액을 기준으로 요양급여 평균인상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 2015년 당시, 메르스 사태 이후 요양기관 233개소에 1781억원 보상에 그쳤다.
수석전문위원실은 "메르스 확진환자 186명에 비해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6일 0시 기준 6284명으로 약 34배 수준이며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 "감염병 전문병원 100개소 손실보상 산출도 2019년말 현재 187개소에 이르고 있다"고 허술한 산출방식을 꼬집었다.
이어 "국가지정병상과 선별진료소 외에 감염병 환자 진료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 등이 산출내역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은 감안하면 손실보상 산출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확진환자 발생 추이와 보상 대상 의료기관 현황 등을 고려해 손실보상 규모를 보다 정밀하게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할 때 1.6조원 규모의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은 “코로나 사태 모든 의료기관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미 병원급에 피해 상황을 세밀히 산출할 것을 주문했다. 손실보상 추경 예산안을 2015년 메르스 사태 집행금액에 입각해 산출한 것으로 코로나 사태가 2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목적예비비까지 합친 1.6조원 예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영진 회장은 “정부가 방역현장의 의료진 헌신에 감사를 표하면서 적정보상을 약속한 만큼 기존 메르스 사태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코로나19 추경 예산안 관련 10일과 11일 관련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1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정책질의, 13일과 16일 예결위 예산소위 정밀심사를 거쳐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 처리 등에 잠정 합의했으나 심사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