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재정관리위원장 "메르스 대비 코로나19 범위 상당해" 병협 중심 선지급 요구…선지급 이전에 조건부터 논의해야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에 한해 적용 중인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병원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해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 안팎으로는 선지급 확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턱대고 확대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
13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3월 4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 대구‧경북소재 요양기관(5947개소)에 대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따라서 대구‧경북소재 의료기관은 건보공단 각 지사를 통해 연대보증인과 필요한 서류 등을 구비해 신청하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의 100%를 미리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건강보험 급여비 매출액이 3억 5000만원이 대구경북 지역 A의료기관이 선지급을 신청하면, 3억 5000만원을 미리 지급한다. 향후 실제 매출액이 지급액보다 미만일 경우 넘치는 액수는 일정기간 무이자로 분할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2일까지 대구‧경북 소재 의료기관을 포함한 요양기관들의 신청은 생각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취재 결과, 요양급여비 선지급을 신청한 대구‧경북 요양기관은 총 187개소 정도다.
건보공단은 방문 혹은 우편으로만 신청을 할 수 있는 한계점이 존재하는 하지만 하루 평균 40개소가 선지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건 정도 들어오는데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전화 접수는 불가능하다"며 "대구‧경북지역 소재 의료기관은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선으로 별도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병원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선지급 전국 확대에 대해선 온도차가 드러났다. 메르스 사태와는 지급되는 금액의 규모면에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선지급을 시행(2015년 7~8월), 이후 4개월(9~12월)간 균등 정산한 바 있다. 당시 선지급에는 2893억원이 투입됐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 내부적으로는 선지급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구체적인 지급 기준 마련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인 지급 조건을 결정해 해당 조건에 맞는 의료기관만이 선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선지급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건보공단 내 의결기구인 '재정운영위원회'도 선지급 전국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재정운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병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대구‧경북지역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 선지급은 사안이 중대해서 선행 결의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재정운영위원회가 이를 결정했기 때문에 선례에 따랐다"면서도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여부는 필요성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메르스 사태와 비교했을 때 선지급의 범위가 이번의 경우는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정운영위원회가 선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로 바람직하냐는 데에 의문을 제시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선지급의 경우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재정운영위원회 운영규정을 근거로 이를 결정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건강보험 체계 상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사항으로 결정한다"며 "선례가 있어서 대구‧경북지역 선지급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만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