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 취업규칙 분석 후 변경 요구 신 풍경 취업규칙 벤치마킹보다 병‧의원 실정 적용 필요
개원가에서 취업규칙변경 제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직원 20명을 두고 있는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취업규칙 변경에 고민이 많다.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직원들이 규칙 변경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외면하기 어렵고 반대로 경영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시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사업장은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취업규칙을 두고 개원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와 달리 직원들이 근무여건 개선이나 복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취업규칙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사업장(회사)에서 지켜야 하는 규율이나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조건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한 규칙으로 상시근로자가 10명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을 정하고 고용노동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표준취업규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회사와 다른 근무환경을 가진 병‧의원은 별도의 취업규칙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근무시간, 연차 등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직원들의 요구조건이 늘어나 취업규칙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개원가의 지적이다.
서울소재 이비인후과 A원장은 "이전에는 관련 내용이 있더라고 사문화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직원들은 명백하게 요구를 한다"며 "노조 정도까지 아니지만 다른 병원과 비교하며 연차, 근무시간 문제들을 언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에 따르면 노조 쟁위 활동이 익숙한 대형사업장 이외에도 소규모 병‧의원급에서도 권리를 위한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보건노조 조합원이 근 3년 사이 많이 늘었는데 이는 대형사업장도 있지만 직은 사업장의 가입증가의 영향도 있다"며 "각 병‧의원마다 상황은 물론 다르겠지만 최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상담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원가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취업규칙을 유지하고 싶어도 직원이 퇴사하는 등 역효과도 있어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내과 B원장은 "병원마다 현실적인 부분이 있는데 가령 근무시간을 줄이면 사람을 뽑고 파트가 여러 개 다보니 인건비만 천 만 원은 추가로 들게 된다"며 "요구사항은 점점 많아지고 의무보다 권리를 생각하기 때문에 딜레마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취업규칙은 임의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과반수나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작성될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후퇴 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 깊어지는 요소다.
A원장은 "정부의 표준취업규칙에 추가하더라도 동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보다 떨어지는 것은 안 된다"며 "취업규칙을 만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고 코로나19로 경영적인 부담도 있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노조 없는 병‧의원 단체행위는 불법…최초 취업규칙 제작 시 신경 써야"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보건의료전문 노무사는 개원가가 취업규칙 대응 시 노조 유무와 최초 작성단계에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노무사는 "병‧의원에 노조가 있을 때는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는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을 경우 쟁의행위가 불가능하다"며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 직원들이 셧다운이나 업무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C노무사는 "표준취업규칙은 노동부 입장에서 일반기업이 준수했으면 사항을 넣는 것인데 병의원 특성에 맞지 않은 내용들도 분명히 있다"며 "편하게 작성하기 위해 큰 회사들의 취업규칙을 본 따서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이후 조항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