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원장 "냄새만 없을뿐 보건학적측면 타인에 해끼쳐" "문화적 습관의 변화, 유행병 막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
"기침은 방귀라고 생각해 상대방 매너를 지키면 감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습니다"
대전 이양덕내과 이양덕 원장이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감염병 뉴스레터(4월 3일자)에 기고한 코로나19 확산 예방법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원장에 따르면 2월 22일 대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다음날부터 진료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환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누군가 기침하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는 환자까지 나온 것. 기침은 코로나19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이 원장은 진료시작 전 대기실로 나가 "기침은 방귀처럼 참았다가 다른 사람이 없는 밖에서 해주고, 마스크는 혼자 있을 때만 내리면 된다"라며 "마스크도 안쓰고 타인을 향해 기침을 하면 감염폭력이다. 기침 예절을 다같이 지키면 모두가 안전할 것"이라고 환자들에게 알렸다.
음식물을 먹다가 갑자기 발생한 기침이 아니라면 기침은 어느정도 참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없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로 옮겨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기침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비말 안에 포함하고 있어 고약한 냄새는 없지만 감염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라며 "기침은 냄새만 없을뿐이지 방귀보다 공공보건학적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침 예절이 방귀 보다 관대한 정도를 넘어 때로는 기침을 삼가야 하는 상황에도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역사에서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침은 품위있고 권력있는 사람이 타인 앞에서 거리낌없이 하는 행위로 여겨져 왔고, 방귀는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소박맞는 이유가 되곤 했다는 게 이 원장의 의견.
고대사회에서는 전염병이 나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는 미아스마설(Miasma theory)이 자리잡고 있어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악취의 제거가 중요하다고 봤다. 19세기 중엽 세균설(Germ theory)이 나오기까지 미아스마설은 유행병의 중요한 학설이었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양덕 원장은 "신종 바이러스 질환이 인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시대에 기침에 대한 문화적 관대함은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라며 "적어도 방귀를 뀔 때만큼의 예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악수, 볼키스, 포옹 등의 문화도 바뀌고 있다"라며 "평소 문화적 습관의 변화가 예고 없이 오는 유행병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