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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후 '총파업' 꺼낸 최대집 회장..."왜 하필 지금"

박양명
발행날짜: 2020-04-18 05:00:58

의협 내부 임원도 "파업 명분 없다" 고강도 비판
공공의료·원격진료 등 의료 현안 선제적 대안 주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인 '총파업'.

지난해 9월 정부와 협상 테이블이 열린 후 쏙 들어갔던 이 말이 다시 등장했다.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날, 최대집 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의협이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정책을 힘의 논리로 강행한다면 반드시 전국의사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최대집 회장이 회장에 당선됐을 때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말도 더했다.

최대집 회장은 총선 직후 개인SNS를 통해 정부가 의료정책을 독단적으로 강행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하며 거대 여당이 탄생한 시점에 꺼냈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A시도의사회 대의원은 "국민의 선택이 여당의 압승에 있다면 의협이 그동안 선거를 위해 무엇을, 어떤 실행을 했는지 살펴보고 반성 및 개선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현 시점에서 총파업은 명분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의협은 현재 정부에게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세력화를 하되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B광역시의사회 임원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의사들의 목소리만 주장할 상황이 아니다. 시선이 바뀌었으면 그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대집 회장뿐만 아니라 상임이사회가 기능을 잃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의협 전 임원은 "보건복지 정책은 어려운 사람을 질병에서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것을 막아주려는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는 여야 구분 없이 나오는 주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협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했지만 막은 적이 없다"라며 "최대집 회장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상임이사회가 회장을 적당히 견제하고 다수 의견을 모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반대는 NO…눈앞에 닥친 현안 대책 마련해야"

거대 여당이 탄생한 만큼 의협은 앞으로 닥칠 의료 현안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무조건 반대와 적대감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
A시도의사회 대의원은 "여당 국회의원 숫자만으로도 의료인을 옭아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상황"이라며 "의협은 회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눈앞에 닥친 현안은 바로 공공의대와 원격의료다.

우선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감염관리라는 명분으로 의사인력 확대 차원에서 공공의대법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C도의사회 임원은 "공공의료를 하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 나가야 하는지 의협이 먼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은 21대 국회 개시와 동시에 등장할 수 있는 문제라서 의협 입장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의사-환자 원격진료에 해당하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주문했다.

실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고위 임원도 원격진료 문제는 내과계 가장 큰 현안이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임원은 "대통령까지 나선 만큼 무조건 반대는 통하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라며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의협 한 자문위원 역시 "병원계는 이미 전화처방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원격진료가 열려있다. 병원협회도 이미 대응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정부가 고민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주도권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여러 목소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안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의협은 공공의료 관련해서는 별도의 TFT를 가동했다.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와 충청북도의사회 안치석 회장을 공동 단장으로 한국형 공공의료 시스템을 찾을 예정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최대집 회장이 총파업 발언은 거대 여당 탄생에 대한 분위기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의료계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에 노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 원격의료 등에 대해서도 국민 건강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의료계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