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회의론에 일부 연구자 반박 "명성 우선" 병원 연구진들 재반박 "막연한 부정적 의심 불쾌하다"
대학병원 최초로 코호트 폐쇄를 진행했던 은평성모병원의 사례를 두고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17일간 폐쇄를 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두고서다.
은평성모병원이 17일간의 폐쇄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실효성을 지적한데 대해 다른 연구자들이 명성에 치중한 주장이라고 반박하자 이어 다시 병원측이 막연한 부정적 의심일 뿐이라고 재반박에 나서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
대학병원 장기 폐쇄 실효성 제기한 은평성모병원
이러한 논란의 시작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 2월 원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으로 17일간 진행된 병원 폐쇄 조사 결과를 담은 역학보고서를 내면서 불거졌다.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한 이 보고서(doi.org/10.3346/jkms.2020.35.e145)를 통해 은평성모병원 연구진은 병원 폐쇄 조치가 서울에서 일어난 첫번째 집단 감염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원내 감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로 감염자가 확산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이러한 폐쇄 기간이 의학적 근거없이 지난 2015년 마련된 메르스 관리 지침에만 의존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털어놨다. 17일간의 폐쇄가 근거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차아 염소산 나트륨과 에탈올을 통해 90% 이상 소독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시간당 12번의 환기 조치가 이뤄진다면 30분만 환기를 시켜도 99.9%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 관리 지침이라는 이유만으로 17일이나 병원을 폐쇄시키는 것은 오히려 지역 환자들에게 손해라는 의견을 첨부했다.
이미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2725명에 달하는 의료진과 행정직, 483명의 입원 환자와 79명의 보호자들 모두에게 중합 효소 연쇄 반응 검사(PCR)을 시행했고 음성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더 이상 폐쇄를 이어갈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연구를 진행한 최정현 교수는 "이러한 질문은 병원 폐쇄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메르스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지침이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지역의 중추적인 의료기관을 17일이나 폐쇄하면서 입원 환자를 비롯해 외래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방역과 폐쇄 기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연구진의 비판 "책임감 아닌 손실과 명성에 기인"
이러한 은평성모병원 연구진들의 제언이 나오자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진들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책임 분담과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를 통해 병원 폐쇄는 병원의 명성이나 손익이 아닌 공공적 책임감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꼬집은 것이다.
우선 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 이진용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도 우선 신속하게 병원 폐쇄 조치가 이뤄진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병원의 전 의료진과 직원, 환자를 대상으로 즉각적으로 RT-PCR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접촉자 전원을 격리하고 병원을 폐쇄하면서 서울지역에서 이뤄진 첫 집단 감염을 소규모로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에서 병원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적 재난속에서 병원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은평성모병원 연구진이 전 직원의 PCR 검사와 더불어 철저한 방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메르스 지침에 따라 검역기간을 연장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것.
이진용 교수는 "병원 연구진은 실내 환기 등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 이러한 주장을 내놨지만 이러한 추정은 코로나의 불확실한 역학적 특성과 국가적 두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와 역학자들은 어떻게든 감염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장기간의 폐쇄를 불편해 하며 재개원을 앞당기고자 한 이유는 병원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구진들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위험에 대해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결국 의사 소통이 부족해 정부와 병원이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정부가 비공식적으로나마 병원 폐쇄에 대한 재정적 보상을 약속하고 병원도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면 불필요한 충돌이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병원은 재정적 이익이 아닌 환자를 돌보는데 전념해야 하는 조직인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도 보수적인 태도를 버리고 명확한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은평성모병원 연구진 재반박 "병원 명성 치중한 적 없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자 은평성모병원 연구진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며 재반박에 나섰다. 병원의 이득을 위해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다는 반박이다.
사건 발생시 은평성모병원이 대학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서울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처음부터 인정했고 첫번째 환자가 나오자 마자 폐쇄를 결정한 것은 병원의 선택이었다는 것.
또한 의사 소통이 부족해 병원 폐쇄 문제를 두고 충돌이 있었다는 지적과 명성에 치중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은평성모병원에서도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며 이를 모두 인정하되 과학적인 입장에서 폐쇄 기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는 반박인 셈이다.
역학보고서 연구를 진행한 은평성모병원 최정현 교수는 "병원이 재정적 보상 문제나 명성 회복을 위해 재개원을 서두른 것이라고 추측한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며 "은평성모병원이 우려를 제기했던 부분은 지역 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센터 재개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러한 보고서를 낸 이유는 미래에라도 정부가 포괄적 지원 조치를 마련하고 병원이 기준에 맞게 격리조치를 했다면 응급 등에 대해서는 환자 치료를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은평성모병원 연구진은 이러한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있어 이러한 지적과 비판이 부적절하다고 못박았다. 모두가 코로나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모든 면에서 은평성모병원 안에서 일어난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냉정하게 얘기해 재정적 이유가 폐쇄 기간을 단축시키는 주된 이유라는 추측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러한 태도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른 병원의 노력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는 이러한 부정적 견해가 불필요하다"며 "이제라도 서울대 연구진이 지적한 대로 머리를 모으고 책임을 공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