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실제 수술 건수 늘지 않아... 활성화 논하기엔 일러 보건당국 정보 제공 적어 블로그‧카페로 환자 정보수집 문제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급여화한 지 1년이 지났다. 기존 비급여 영역에 있던 항목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 각지의 병원들은 비만센터 또는 비만클리닉을 개설하면서 경쟁적으로 '수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비만대사수술 급여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건수는 얼마나 늘어났을까.
27일 메디칼타임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통해 심사가 완료된 최근 6개월(2019년 1월~6월) 간의 '비만대사수술(이하 비만수술) 관련 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의료계가 예상한 것보다는 수술건수 증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 심평원이 설정한 비만수술의 급여대상자는 BMI 35kg/㎡ 이상이거나, BMI 30kg/㎡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를 인정한다.
또 기존 내과적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BMI 27.5kg/㎡ 이상~30kg/㎡ 미만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위소매절제술 및 비절제 루와이형 문합 위우회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2018년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후 비만수술 급여화를 계기로 제2형 당뇨병 환자도 급여대상으로 들어간 것이다.
확인 결과, 최근 6개월 동안 비만수술은 11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293회 실시돼 약 23억 4658만원 청구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 중에서는 위소매절제술이 가장 많이 실시된 비만수술 방법이었다. 전체 건수에 절반을 넘는 848회가 위소매절제술로 이뤄졌다. 특히 비만수술법의 하나로 논란이 많았던 위밴드수술은 6개월 동안 71건에 불과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 같은 통계 결과를 두고서 예상보다 적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대한위장관외과학회 김성근 총무이사(가톨릭의대)는 "비만수술 1년을 예측했을 때 적어도 3000~4000건은 실시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보다 더 적은 수준에 그쳤다"며 "위밴드술의 경우는 故 신해철 사건 이후로 의료현장에서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무이사는 "해당 사건이 아니더라도 위밴드술은 이전부터도 사라지는 추세였다"며 "국내에서 한창 많이 이뤄질 때 이미 미국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활성화 덜 된 비만수술, 특정의사 쏠림현상 문제로
수술 건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의료계 내부에선 '진료표준화'를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특정병원 혹은 의사로 비만수술이 집중된다는 게 문제점.
통계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만수술이 극히 일부 의사에게 수술이 집중되고 있다는게 의료계 내부의 전언이다.
다시 말해, 심평원 등 보건당국이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보니 카페 등을 통해 비만수술 정보가 집중되면서 이를 활용하는 병원 혹은 의사 일부에게 수술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의 K대학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급여화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만센터를 운영하는 병원과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환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비만수술을 받고 싶은 환자들이 경험을 공유한 카페 등으로 관련 정보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카페나 블로그 활동을 잘하는 병원으로 비만수술이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들이 카페나 블로그 만으로 해당 병원이나 집도의의 수술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비만수술를 진행하는데 있어 내과와 외과의 협진 활성화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직까지는 비만수술 관련해서 내‧외과 협진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6개월 동안 비만수술에 따른 통합진료료를 청구한 건수는 146회에 불과했다.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고, 수술 전후 비만환자 상태에 대한 통합적인 진료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도의와 내과, 정신과 등 관련 분야 전문의가 협진 했을 경우 수가를 지급했는데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아시아인의 특징은 당뇨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비만과 당뇨병을 치료하는 비만대사수술로 가야한다"며 "내과와 협진이 잘 이뤄진다면 수술 건수도 더 늘어날 텐데 아직은 시행 초기단계라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뇨치료에 있어 하나의 선택지로 비만수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재활팀 등까지 꾸려 협진을 보다 구체화한 병원은 수가를 더 상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시급한 진료표준화, 적정성평가 시계 빨라질 수도
비만수술을 둘러싼 진료표준화 문제를 보건당국도 모르지 않을 터.
심평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비만수술이 급여화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적정성평가 후보 항목으로 제안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한번 후보항목으로 제안됐기 때문에 언제 다시 적정성평가 검토 테이블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심평원 평가개발부 박춘선 부장은 "지난해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 신규평가 후보 항목으로 비만수술이 논의 된 것은 사실"이라며 "매년마다 평가 신규항목을 의견 조회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만수술이 제안됐지만 건강보험으로 적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일단 평가 자료가 쌓여야지 제도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학회에서는 적정성평가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 일단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비만수술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활성화해 기본 수술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장관외과학회 김성근 총무이사는 "적정성평가의 가장 큰 목적은 진료표준화"라며 "건강보험으로 적용됐지만 적절한 환자를 수술했는지, 진료비를 적정하게 책정했는지 의문점이 존재하면서 의견이 제시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총무이사는 "비만수술 준비과정서부터 의사 등 인력구성, 환자기록 등 관리에 대한 표준화 필요성을 느끼는 것인데 일단 학회에서 인증제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단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적정성평가보다 인증을 통한 데이터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