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법으로 주목는 클로로퀸(chloroquine)과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의 조합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두 약물을 병용할 경우 QT간격이 연장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추측이 임상시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진 것. 이 요법은 현재 국내 중증 질환자에게도 처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기대 모았던 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 조합 안전성에 발목
현지시각으로 26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병용요법에 대한 무작위 임상 시험 결과가 공개됐다(10.1001/jamanetworkopen.2020.8857)
Estado do Amazonas 의과대학 Mayla Gabriela Silva Borba 교수가 이끄는 다국가, 다기관 연구진이 진행한 이 추적 관찰 연구는 클로로퀸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이 두 약물의 병용 요법이 칼레트라, 렘데시비르와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코로나 치료법이지만 효과에 대한 임상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안전성을 점검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병용 요법은 지난 3월 국제화학요법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이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처방받은 환자들은 3일이 지난 후부터 RT-PCR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며 사실상 완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병용 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3일차에 35.7%가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4일차에 83.3%, 5일차에는 100%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클로로퀸에 대한 신속한 임상시험을 지시하며 '게임 체인저', '신의 선물' 등으로 추켜세운 것도 이러한 연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국내를 비롯한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병용 요법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지적했던 것은 바로 Qt의 연장.
Qt란 심전도 상에서 Q파의 시작부터 T파의 종료까지의 간격으로 만약 QT가 연장되게 되면 부정맥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클로로퀸 자체가 이미 이러한 Qt 연장에 대한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아지트로마이신까지 추가될 경우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경고였다.
아지트로마이신도 Qt 연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클로로퀸과 병용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치료제에 대한 강력한 기대감 속에서 완전히 묻혀버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 중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이 포함된 내용이 가장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약물 병용시 심장질환 발병 위험 증가…QT 연장도 현실로
이번 연구 결과가 관심을 모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Qt 연장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있었을 뿐 임상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첫 무작위 임상은 큰 이목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병용 요법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서 QT 연장과 더불어 심장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위험은 용량이 커질 수록 더욱 심했다.
440명을 대상으로 고용량 클로로퀸 그룹과 대조군을 평균 10일간 추적 관찰한 결과 고용량 군에서 17.9%의 환자가 심장 질환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조군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험을 시작하고 4일째 바이러스 양을 조사한 결과 고용량 클로로퀸 그룹은 77.5%에서 검출됐고 대조군은 75.6%로 분석됐다.
이러한 심장 질환 위험은 결국 QT 연장과 관련이 있었다. 고용량 클로로퀸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Qt값이 500밀리초(milliseconds) 길었기 때문이다.
보통 심장에 무리를 준다고 알려져 있는 고농도 커피나 에너지 음료 등을 섭취했을때 Qt값이 5~6밀리초 길어지는데 불과하다는 점에서 심장에 엄청난 무리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치사율까지 영향을 미쳤다. 고용량 클로로퀸을 처방받은 그룹의 치사율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량 군은 39%의 환자가 사망한 반면 대조군은 15%에 불과했다.
특히 고용량 군의 직접적 사인은 심실 빈맥 등 QT 연장과 연관이 있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10일간 진행된 연구에서 고용량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조합은 연구를 지속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병용만으로 심독성이 매우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러한 병용 요법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처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동정적 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QT 간격을 연장시키는 것이 규명된 만큼 처방을 이어가는데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의 병용 요법이 QT 간격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었다"며 "결국 아직까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임상 적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