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될 만큼 공급이 극소량에 불과했던 근이완제 단트롤렌(dantrole)이 최근 국내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할 정도로 수요가 적었지만 최근 마취사고가 늘어나는데 따른 안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마취통증의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희귀의약품 단트롤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트롤렌은 근소포체 억제 기전을 가진 근이완 효과로 주로 활용되는 약물로 경구제와 주사제 두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이 중 경구제는 본래 목적에 맞게 뇌성마비 등 중증도가 높은 만성 질환의 근 경직 증상에 사용되지만 주사제는 치명적 마취 부작용 중 하나인 악성 고열증에 활용된다.
악성고열증은 5분에 1도씩 체온이 빠르게 올라가는 질환으로 근경직과 호흡성 산증, 고칼륨혈증이 나타나며 치사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질환.
하지만 악성 고열증 자체가 환자 1만명당 4~5명꼴로 나타나는 매우 드문 마취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수요는 극히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단트롤렌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한 상태다. 특히 유효기간이 1~2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고도 극소량이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단트롤렌 주사제 자체가 유통이 복잡하고 유효 기간도 짧은 편이라 권역센터 외에는 재고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권역센터조차도 2~3개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4월 현재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보고된 단트롤렌 주사제 재고를 보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전국 8개 권역 센터에 21개 앰플에 불과하다.
이 또한 하나가 소진되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다시 재고 물량만 맞춰 놓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더이상의 수요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단트롤렌의 수요가 예년에 비해 두세배 이상 올라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매년 극소수만 소비됐던 희귀의약품이 갑작스레 수요가 생긴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피부, 성형, 미용 등 비급여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규모 있는 1, 2차 의료기관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의료기관에서 수술이나 시술 중 마취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단트롤렌을 구비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일부 개원가에서 단트롤렌을 구비한 뒤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그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단트롤렌이 권역센터나 희귀의약품센터 물량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남권의 병원급 성형외과나 치과, 피부과 등에서는 단트롤렐 구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마취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취 사고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환자들에게 일종의 안전 장치를 만들었다는 방식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일부 기관들은 마취과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이 홍보 목적이지 실제로 이를 활용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보고는 있다"며 "하지만 자칫 잘못 주사할 경우 치명적인 심장, 간 부작용이 올 수 있는 만큼 섣부른 시도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