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엇갈린 대법원-헌재 판결 계기로 건보공단 '혼란' "병원경영회사 설립해 2개 이상 의원 경영 사례 속출" 우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네트워크 의료기관을 겨냥해 의료법에 명시된 1인 1개소 법의 내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토대로 처벌과 부당청구 환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로 혼란을 겪고 있다.
엇갈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을 보완하고자 여러 법안을 마려해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20대 국회가 한 달 여 남으면서 '폐기' 위기에 놓인 것이다.
3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논란은 2019년 5월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보공단은 1인 1개소 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진료비 청구권이 없다고 보고 부당이득 환수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상대방은 건보공단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의료법을 위반했더라도 속임수나 그 밖에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를 받은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부적법하다고 보고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는 1인 1개소법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1인 1개소 법은 합헌이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환수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보공단은 1인 1개소법 위반을 이유로 95개 의료기관에 대해 1320억 7800만원의 급여비 환수 결정을 통보했다. 그러나 징수금액은 279억 6200만원으로 징수율은 21.17%에 그쳤고,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징수금액 중 27억 7600만원은 도리어 의료기관에 환급해 주기까지 했다.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김문수 실장도 출입기자협의회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통해 1인 1개소법이 무력화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김문수 실장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가장 효과적인 중복개설 규제 장치이나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중복개설 규제 장치가 무력화 됐다"며 "1인 1개소 법을 위반한 형사처벌 대상 불법개설 기관임에도 정상기관으로 간주,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함으로써 재정누수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판결 나비효과…불법 MSO 양산 우려
여기에 건보공단은 환수처분이 부당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불법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MSO란 의료행위 외에 병원 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 즉 구매·인력관리·마케팅·회계 등의 병원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지원하는 MSO는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이를 주도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드는 형식상의 MSO,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는 허용되지 않는다. 개설 명의를 가진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MSO는 위법하는 것이다.
이미 건보공단은 2018년 관련된 행정법원 소송에서 패소한 상황.
법원은 네트워크 의원의 한 명의 의사가 MSO를 설립해 '1인 1개소법(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하고 지점 치과의원까지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1인 1개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지점의 명의원장에게까지 환수처분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
결국 건보공단은 대법원을 판결을 악용해 MSO를 활용한 1인 1개소법 위반사례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배후의 실질적인 경영인이 의료인인 경우에는 환수처분이 불가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며 "여기에 묻어서 가려는 쟁점이 MSO가 사실상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한 사례다. 건보공단은 대법원 판결과 MSO 사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또 다른 사무장병원 유형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사가 자신의 병원 관리로 인해 다른 병원까지 관리가 어려울 경우 MSO를 만들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구분해 줘야 한다. MSO를 허용한다면 이를 악용한 1인 1개소법 위반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수근거 법안 발의했지만 '휴지조각' 우려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고자 건보공단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20대 국회 마감이 한 달 여를 앞두면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1인 1개소 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의료법(윤일규 의원)과 건강보험법 개정안(윤소하 의원)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1인 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겨 있으며, 건강보험법 개정안에는 법 위반 시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명시화 돼 있다.
법 개정안 모두 건보공단이 1인 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을 상대로 지급한 건강보험 재정을 환수할 수 있도록 발의된 것인데 20대 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보공단 내부에서 조차 20대 내 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문수 실장은 "1인 1개소법 위반 시 허가취소 등 요양기관 폐쇄 규정이 없다"며 "현재 상태로는 1인 1개소법이 있어도 자본력이 있는 일부 의료인과 MSO가 결탁할 수 있다. 결국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