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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로 경쟁 심화된 수면의학...정도관리 필요하죠"

발행날짜: 2020-05-02 05:45:58

이헌정 수면의학회 이사장
수면의학회 이헌정 이사장, 다학제 수가 필요성 강조
"의학회 유일 정회원 학회로서 질 관리 앞장설 것"

2018년 7월부터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에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진료비 부담 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대학병원을 시작으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수면질환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는 등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았다.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는 법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면장애 치료를 둘러싼 전문 진료과목 간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까지 비춰지면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수면의학회 이헌정 이사장은 수면다원검사를 둘러싼 진료과목 간 이견에 대한 해법으로 다학제 진료수가 신설을 제안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대한수면의학회 이헌정 이사장(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을 만나 수면장애 치료 활성화와 전문 진료과목 간의 협력방안을 들어봤다.

환자 급증하지만 정작 진료과 간 협진은 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약 57만명에 이른다. 2014년 수면장애 환자가 약 41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 37%나 급증한 셈이다.

그 결과 2018년 하반기부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한해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가 급여화 됐다. 하지만 수면장애로 분류되지만 불면증, 렘수면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동시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시작으로 이비인후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소아청소년과에 더해 치과까지 다양한 진료과목이 수면장애를 치료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들이 협진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대학병원 내에서도 몇 개의 진료과목들이 나서 수면장애 치료에 나서지만 협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헌정 이사장은 현대 수면 의학의 초석을 다진 미국 스탠포드 의대 수면의학센터처럼 다학제적인 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이헌정 이사장은 "수면장애 치료에 바람직한 방향은 다학제적인 접근"이라며 "현재는 각 진료과목 간의 협진을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서로 간의 배타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으로 다학제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보험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의학회도 이 같은 진료과목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부터 학회 내에 진료과목 간 위원장을 임명해 진료과목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학회 조직 내에서 내과와 이비인후과, 치과와 신경과를 대표하는 위원장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료과목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수면장애는 어느 한 진료과목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구강 내 해부학적 고려가 필요하만 이비인후과와 상의하는 등 적극적인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학회 정회원인 수면의학회, 의료 질 관리 총력

수면의학회는 국내 수면질환 관련 학술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한의학회 산하 정회원으로 인정받은 단체다. 이 때문에 수면다원검사에 필요한 인력, 교육 등 여러 기준을 정하는 수면다원검사 정도관리위원회(이하 정도관리위원회)를 운영을 이끌고 있다.

수면의학회 이헌정 이사장
정도관리위원회는 정신과와 이비인후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소청과 등 5개 분과에서 위원이 3명씩 나와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수면다원검사 급여인정을 위해서는 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을 받고 인력 및 기관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연수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

이 이사장은 "정도관리위원회 실제 운영은 수면학회와 함께 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수면 관련 학술단체 중에서는 의학회 중에 수면의학회가 정회원이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임시 수면다원검사 이수증을 발급했는데 3년 기한이 만료를 앞두고 있어 향후 연수교육을 진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정도관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의료 질 관리 없이 검사실을 운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의료 질 관리에 있어서 정도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의료인뿐 아니라 수면기사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운영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많은 의료기관들이 수면장애 치료에 뛰어 들었지만 수면기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면의학회는 장기적으로 정도관리위원회를 통해 수면기사에 대한 전문적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이사장은 "사실 정식자격은 아니지만 수면기사에게 자격증을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해 중단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에 전문적인 자격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