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건보국장, 코로나 경영악화 검토 "건보 누적금 16조 사용 신중" 선지급 신청 전체 의료기관 7% 불과 "6개월 상환기간 추가 연장도 고민"
건강보험 재정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의료기관 경영난 해소와 보험자(국민) 부담 완화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13일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2021년도 환산지수(수가) 인상폭은 지금 예단할 수 없다. 복지부는 환산지수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의료기관 및 약국 피해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및 약사회 등 요양기관 유형별 2021년도 환산지수 협상은 5월 31일 종료해야 하나, 협상 마지막 날이 일요일인 관계로 6월 1일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이기일 국장은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이 당초 17조원 규모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지역 건강보험료 경감과 건강보험 조기지급, 선지급 및 감염 수가인상 등으로 현재 16조원으로 줄었다"면서 "복지부는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보면서 건강보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의무"라고 설명했다.
한해 건강보험 재정 70조원(보험료+국고 지원금)을 감안할 때 누적 적립금 16조원은 석달치 지출 규모로 전년도 비해 높은 환산지수 인상폭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참고로, 2020년 환산지수는 병원 1.7%, 의원 2.9%, 치과 3.1%, 한방 3.0%, 약국 3.5%, 조산원 3.9%, 보건기관 2.8% 인상으로 총 1조 478억원이 소요됐다.
이기일 국장은 "조만간 건강보험공단 재정위원회 만남을 거쳐 소위원회에서 밴딩 폭을 논의해봐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 소속으로 재정위원회 논의를 위해 요양기관 관련 참고자료를 공단에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그는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환산지수 협상 시기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연결할지 고민하는 단계"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보험자와 의료기관 어려움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가 의료기관에 아쉬운 점은 건강보험 선지급 참여율이 낮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조기지급은 8조 7000억원인데 비해 선지급은 1조 7000억원 수준이다. 선지급 신청 의료기관은 5036개소로 전체 의료기관 6만 5000개소 중 7.3%에 불과하다.
이기일 국장은 "의료기관 경영이 어렵다고 이야기만 하지 말고 선지급 제도를 활용해 달라. 전년 동월 대비 급여비를 미리 주는 사실상 무이자 대출"이라면서 "선지급 상환 시기는 당초 4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선지급 상환시기 추가 연장과 관련, "건강보험법에 그해 지출한 준비금은 해당 해에 보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상환시기 연장도 고민해 보겠다. 지난 3월 환자수가 가장 감소했고 4월은 전달에 비해 반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최근 보건의료정책관 소속 스마트진료팀을 해제하고, 수가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정책국 소속 재택의료팀을 신설했다.
명칭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의사-환자 원격의료를 담당하는 TF팀이다.
그는 "최근 보험급여과 소관으로 재택의료팀 5명이 배정됐다. 항상 일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업무보고도 못 받았다. 온라인 진료인데 현재 재택의료팀의 업무를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국장은 "의료기관 어려움 해소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모두 사용했다. 건강보험 누적금 16조원 사용도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한번 풀리면 쭉 나갈 수 있다.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조화롭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