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희생 공감했던 재정운영위 "작년 수가인상폭 기대말라" 2년 간 협상 파행됐지만 실제 가져간 추가재정은 계속 늘어나
2년 연속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타결보다는 '결렬'을 택했던 대한의사협회.
지난 2년간의 수가협상 이면을 들여다보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수가인상률은 포기했지만 추가재정 지분을 늘리는 데는 성공해왔다. 매년 수가인상에 투입되는 추가재정을 올리며 갱신해 간 것인데, 소위 밴딩이 지난해 1조원까지 넘어선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메디칼타임즈가 최근 6년간 수가인상에 투입된 추가재정을 분석한 결과, 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가져가는 의원 수가인상률 1%당 추가재정 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에서 합의했던 2015년부터 2018년도까지 2.9%부터부터 3.1%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원이 가져가는 추가재정은 2015년 2399억원에서 2018년 2836억원으로 약 400억원 가량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의원의 수가 인상률로 따진다면, 1%당 2015년에 800억원의 추가재정을 가져갔었다면 2018년에는 915억원으로 가져간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협회가 2년 연속 결렬을 선언했던 2019년부터 2020년 수가협상에서는 어땠을까.
수가인상률만으로 살펴보면 수치 면에서는 저조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져가는 추가재정의 상황은 달랐다. 해를 거듭해 최고 기록을 썼던 추가재정 덕에 겉으로 보이는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협상에선 결렬했지만 최종적으로 가져간 추가재정 금액은 컸다.
다만, 2019년도의 경우 2.7%라는 낮은 수가인상률 벽에 부딪혀 가져가는 추가재정은 전년도인 2018년도 보다 근소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추가재정 1조원이 넘어선 2020년 수가협상에선 3367억원을 가져갔다.
의원 수가 1% 당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2019년과 2020년 각가 1048억원, 1161원을 가져간 것으로 협상에서 정작 실패했지만 가져가는 금액 면에서는 실속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올해 기필코 협상에서 타결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의 의료계 배려 발언도 밑바탕이 됐다.
의사협회 박홍준 수가협상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2차 협상을 끝난 직후 "의료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건보공단과 의료계가 같다고 느꼈다"라며 "단지 목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의료계에 대한 배려 언급도 했다"며 "지난 2년 간 계속 협상에서 결렬됐는데 협상은 합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고 타결 의지를 보였다.
한편, 앞서 의료계 희생을 배려하겠다고 발언한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의료계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칫 의료계가 이전보다 큰 추가재정 규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호 재정운영위원장은 "의료계도 피해를 많이 받은 업종과 아닌 업종으로 나뉜다"라며 "작년 수가인상폭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국민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의료계도 작년 수준의 수가인상을 기대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의료계가 동의할 만한 수준의 추가재정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수준의 수가인상 규모를 기대하고 협상에 들어온다면 오히려 의료계가 비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가입자와 정부, 의료계가 한 발작씩 양보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