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른바 '심평의학' 설계를 책임질 외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내부 수혈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동안 의사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의료계와 소통을 강화해보려고 했지만, 본원의 원주 이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5일 심평원(원장 김선민)에 따르면, 최근 개방형 직위로 운영 중인 '심사기준실장'을 일반직 직위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직제규정 시행세칙 일부개정세칙안'을 사전예고하고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심사기준실장은 심평원 업무상 기관 설립 이래 가장 큰 변화인 심사평가체계 개편과 맞물려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리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을 추진하며 심평의학이라고 일컫는 심사와 급여기준 설계를 총괄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의료계가 민감해 한다는 점에서 심평원은 심사기준실장을 2016년도부터 개방형 직위로 전환, 외부 전문가 영입에 힘써왔다. 의사협회나 병원협회, 주요 전문과목별 학회와의 소통이 가능한 '의사' 출신 전문가 영입 추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심평원은 2016년 3월 심사기준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자마자 현재 차의과대에서 활동 중인 지영건 교수(예방의학과)를 영입해 심사와 급여기준 설계를 맡긴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3월 계약이 만료돼 지영건 교수가 심사기준실장에서 떠나 차의과대로 복귀한 이 후 자리를 이을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
한 한례 심사기준실장 공모를 진행해봤지만 심평원이 원하는 '의사' 출신 전문가가 지원하지 않으면서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모를 진행한 2019년 3월 당시 의사가 아닌 타 직역의 의료인이 지원하면서 결국 공모를 중지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의사 채용의 어려움은 의료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에 더해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본원 원주 완전이전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비상근심사위원인 서울의 대학병원 교수도 "심사기준을 총괄한다고 해도 원주에서 상근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지원할 의사가 누가 있겠나"라며 "몇몇 상근심사위원의 경우 다른 방안을 구상해서 서울에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심평원 입장으로서도 심사기준실장 자리를 더 이상 비워놓을 수도 없는 노릇.
올해부터 진료비 심사는 '공개된 심사기준'에 의해서만 해야 한다'는 근거 규정이 시행되면서 심사기준 설계 업무가 더 중요해졌다. 의료계가 소위 '심평의학'이라고 비판했던 심평원 내 비공개 심사지침은 완전히 사라지면서 이를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심평원은 외부 적임자를 영입하기에는 힘들다고 판단,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아 심사 총괄 격인 양훈식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을 보좌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의사 영입을 포기하고 내부 적임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기준실장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산하로 운영되면서 의료단체나 학회 등과 소통해야 하는 자리"라며 "이 때문에 의사 영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기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