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 간암 발병 위험 독립 인자 의학적 근거 속속 도출 항바이러스제 경쟁 구도에 영향 불가피 "선택 기준 제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아직까지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간암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ALT(Alanine Aminotransferase) 조기 정상화 전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만성 B형 간염을 관리하면서 ALT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는 것만으로 간암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항바이러스제의 효과적 운용만으로 간암 위험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 이로 인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항바이러스제 시장 구도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ALT 수치 간암 발병률 독립 작용 의학적 근거 속속 도출
이처럼 ALT 조기 정상화의 혜택은 지속적인 연구 결과로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과거 단순한 가능성에 머물렀던 기대가 점차 그 근거를 통해 방향성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세계 3대 저널로 꼽히는 미국소화기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대표적인 경우다(doi.org/10.14309/ajg.0000000000000490).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진행한 이 연구는 국내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ALT 조기 정상화가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에 미치는 영향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7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10년간 테노포비르(TDF, 비리어드) 또는 엔테카비르(ETV, 바라크루드)로 치료를 시작한 만성 B형간염 초치료 환자 4639명을 추적 관찰한 것.
그 결과 결과 평균 5.6년(중앙값)간 관찰 결과 총 4639명의 환자 가운데 509명(11.0%)에게 간암이 발병했다. ALT 정상화는 1년 시점에 65.6%, 2년 시점에 81.9%가 이뤄졌다.
랜드마크(P<0.001) 및 콕스 비례 위험모델(time-dependent Cox)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ALT 정상화는 분명하게 간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정상화의 시점이 매우 중요했다.
실제로 6개월 이내에 ALT 정상화가 이뤄진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무려 절반 가량(HR 0.57) 간암 발병 위험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같은 효과는 점점 반감됐다. 더욱이 6개월 이상 ALT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지방간이나 간경변증, 바이러스 반응과 관계없이 간암 발병률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ALT가 정상화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병률이 1.4배나 올라갔고 1년에서 2년 사이는 1.74배, 2년 이상은 2.45배로 크게 상승했다.
결국 ALT 수치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시키는지가 간암 발병률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근거로 밝혀진 셈이다.
반면 같은 가능성을 놓고 봤던 지표들은 ALT 조기 정상화와는 달리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조기 바이러스 반응이나 조기 HBeAg 혈청 소실 등은 간암 발병 위험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보정 위험비를 분석한 결과 조기 바이러스 반응은 간암 발병 위험을 불과 3% 줄이는데 불과했고 조기 HBeAg 혈청 소실도 9%에 그쳤다. 그마저도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있지 않았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울산의대)는 "ALT 정상화의 혜택에 대해서는 막연한 추측만이 있었을 뿐 정확한 인과 관계가 규명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속되는 연구를 통해 ALT가 간암 발병률에 독립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 완전하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계속되는 연구속에서 ALT 조기 정상화가 간암 발병률을 크게 낮춘다는 동일한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간암 치료에 있어 진보가 더딘 상황에서 주효한 예방적 전략이 도출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속적으로 도출되는 연구 결과…항바이러스제 패러다임 변화 예고
실제로 ALT 정상화의 혜택에 대한 연구는 비단 이번 결과 뿐이 아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만성 B형간염 치료에 있어 ALT 조기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 결과는 속속 도출되고 있다.
홍콩 중문대 그레이스 웡 교수 연구팀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역시 10년간 ETV 또는 TDF로 치료 받은 B형 간염 환자를 추적 관찰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무려 2만 11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에서서도 항바이러스 치료 첫 12개월 동안에 ALT 수치를 정상화 시키면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의 발병 위험이 역시 절반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들도 마찬가지다. B형 간염 치료제의 3대 약물인 ETV(바라크루드), TDF(비리어드), TAF(베믈리디) 모두 차별성을 갖기 위해 진행한 6가지의 비교, 대조 연구에서도 ALT 조기 정상화의 혜택은 빠짐없이 드러났다.
여기에 이번에 발표된 한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ALT 조기 정상화가 간암 발병 위험 감소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실하게 규명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3강 체제로 유지되던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패러다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외에서 만성 B형간염 치료에 있어 ALT 조기 정상화가 간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는 있었지만 그 중요성은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만성 B형간염의 최종 치료 목표로 ALT 정상화(남성 34 IU/L, 여성 30 IU/L 이하)를 언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치료제 시장은 바이러스 억제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3강을 이루고 있는 ETV, TDF, TAF가 바이러스 억제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ALT 혜택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B형 간염 치료제들은 바이러스 억제력, 즉 1차적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크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내성과 부작용 등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ALT 조기 정상화를 통한 간암 발병 위험 감소 혜택이 향후 약제 선택의 패러다임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다양한 임상 결과들을 보면 TAF가 ALT 조기 정상화와 안전성 측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ALT 조기 정상화의 혜택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계속되며 이에 대한 근거들이 지속해서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TAF를 활용한 B형 간염 치료와 간암 예방 전략은 지속적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