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비대면진료로 명명한 사실상 원격의료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대구경북 지역 사태를 계기로 전화상담과 전화처방 등 원격의료 한시적 허용은 의료계도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중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의 지난 5월 여당 당선인 강연이 논란의 불을 당겼다.
대중언론은 김연명 수석이 원격의료 사실상 허용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고, 의사협회는 성명서에 이어 한시적인 조치인 전화상담과 전화처방 반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건의료 전담 여당 보좌진은 얼마 전 김연명 수석과 식사 자리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추궁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김연명 수석은 "말이 와전됐다. 원격의료 전면 허용이 아닌 코로나19 사태 전화상담과 전화처방이 의료인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여당 의원 대상 내부 강연이 외부에 알려질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갖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와전됐다는 김 수석 입장과 무관하게 언론보도 이후 기재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부처는 앞 다퉈 K-방역 수출로 포장된 원격의료 필요성을 공표했다.
청와대 사회수석은 중앙부처 차관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라는 상징성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중앙부처를 아우르는 역할과 책임을 감안하면 장관급 이상 무게감을 지녔다.
김연명 수석의 입장을 수용해 한시적 조치인 원격의료 취지의 발언이라도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까지 진단키트 수출로 고무된 K-방역 우수성과 비대면진료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보건의료를 전담하는 사회수석이 한시적 원격의료 필요성을, 그것도 여당 국회의원들 앞에서 강조하는 것은 결국, 원격의료 허용 법안 통과의 암묵적 요청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의료계 내부도 디지털시대 변화에 따른 원격의료 필요성에 총론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특성상 검증된 방법과 신뢰이다.
의사들이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의료기기 오작동에 따른 의료사고 책임 여부를 지적하는 이유이다.
복지학자 출신인 김연명 수석이 보건의료단체와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 모두 그림자라고 하나,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의료단체 수장들과 만나 해명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
정권은 유한하나, 섣부른 보건의료 정책은 오랜 기간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연명 수석이 기재부 등 경제부처의 원격의료 강한 압박을 버티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기재부의 친기업주의 버릇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사회수석의 '입'은 보건의료 체계와 정권을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