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C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The Lower The Better)" 이 명제에 반기를 들 사람이 있을까.
LDL-C 수치 저하가 심혈관 혜택으로 작용한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각종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LDL 콜레스테롤 권고 수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 저하 기전을 가진 각종 성분들이 이종교합, 상승된 효과를 내세우면서 처방약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PCSK-9 억제제와 같은 새로운 기전 및 강력한 효과를 내세운 품목까지 나온 상황.
오히려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최근의 화두는 무엇이 비용 효과적으로 LDL-C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냐는 데 초점이 모인다. 비용을 따지지 않는다면 최신 기전의 PCSK-9 억제제가 최선일 수 있지만 그에 준하는 대안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극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LDL-C 저하 전략과 처방약 선택의 기준에 대해 들었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 초고위험군의 LDL-C 권고 수치를 70mg/dl에서 55mg/dl(이하 단위 생략)로 낮췄다. 이후 국내에서 처방 패턴의 변화가 있는지?
예전에는 LDL-C 기준이 100이던 적도 있었다. 당시엔 100 밑으로만 떨어뜨리면 괜찮다는 인식이었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들은 굳이 10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냐는 그런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기준이 더 낮아지면서 70까지 나왔는데 의료진의 저항감이 엄청났다. 이상지질혈증 약을 복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80~90으로 조절되는 환자들을 왜 더 낮게 유지, 관리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낮은 수치에서 혜택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이제는 상식이 됐다.
55 기준은 사실 국내 데이터가 아니라서 예전처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더 낮은 기준으로 관리했을 때 심혈관 이슈 등에서 더 유익하다는 컨센서스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55 기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에 의료진들도 "콜레스테롤 70 기준은 꼭 맞춰야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개원가에서도 70까지 꼭 낮춰야 하냐고 의문을 가진 의료진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해당 기준은 옵션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끼는 것이다.
처방 패턴도 물론 변했다. 고용량 스타틴으로 시작하거나 병용 옵션을 사용한다. 한국인의 경우 체구, 식습관이 서구화됐기 때문에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만큼의 인종적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LDL-C를 낮추기 위해선 고용량 스타틴만으로 한계가 있다.
전문과목이 심장내과이고 중재시술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혈관 안정이나 항염증의 효과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 이들에게는 주로 스타틴 고용량을 처방한다. 하지만 고용량 스타틴 요법은 지질 농도 저하에는 한계가 있다. 흡연이나 가족력 등 중복된 위험 요소를 가진 환자들도 꽤 있다. 이런 분들에서 기저치 대비 50% 이상 수치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스타틴만으로는 사실 부담감이 있다.
스타틴만으로는 콜레스테롤 70 이하를 목표로 했을 때 20%는 달성에 실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럴 땐 병용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가이드라인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와의 병용을 권고한다. 본인도 고용량 스타틴을 사용해보고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면 에제티미브를 함께 쓴다. 병용 시 초회 용량으로도 스타틴 단일제 최고 용량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도 나타난다.
▲보통 복합제를 사용하면 용량 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를 예로 들면 에제티미브는 10mg 고정 용량이고 로수바스타틴은 5/10/20mg으로 세분화돼 있다. 고혈압 약 같은 경우는 세부적인 용량 조절이 어려워 복합제 대신 단일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상지질혈증 복합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임상적으로 에제티미브 용량을 추가했을 때의 이점이 있는지 밝힌 임상 결과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최근 이종교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각종 이상지질혈증 복합제가 쏟아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에제티미브' 조합을 권고한 까닭은?
심바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로수바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오메가3+스타틴 등 각종 콜레스테롤 저하 기전을 가진 성분들끼리 복합제로 구성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복합제는 제한적이다. 이중 스타틴+에제티미브가 권고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제일 안전하기 때문이다. 두 조합은 중대 이상반응 없이 안전하다. 스타틴 용량을 올릴 때 부작용의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에 두 약물의 조합이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있다.
페노피브레이트는 복통이나 피부 발진 등의 안전성 이슈가 좀 있었다. 스타틴+에제티미브 이외의 각종 조합들이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지 않은 점도 한계다. 안전하고 일관된 결과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스타틴+에제티미브 조합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을 반드시 써야 할 환자군이 있는지?
기본적으로 LDL-C를 50%로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스타틴 용량을 두 배 올린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선형적으로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틴 용량을 두 배로 올리면 일반적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고작 6~7% 추가로 낮아질 뿐이다. 심바스타틴이나 프라바스타틴같이 용량 증가 대비 콜레스테롤 저하율이 낮은 성분은 세번 정도 증량을 해도 50% 저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 효과가 좋은 로수바스타틴은 두 번 정도 증량하면 50% 절감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 같은 스타틴 계열이라고 해도 특정 성분 단일제는 증량을 해도 50% 저하 목표치에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에제티미브 병용 시는 초회 용량으로도 15~20% 저하가 가능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55 이하로 꼭 떨어뜨려야 하는 고위험 환자군에는 스타틴 병용이 필요하다.
▲스타틴도 여러 성분이 있다. 성분 선택 기준은?
스타틴은 로수바스타틴을 비롯해 아토르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으로 나뉜다. 에제티미브와 병용할 정도면 우선 목표는 LDL-C의 저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땐 효과가 강력한 성분이 선호된다.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이 효과가 강한 편이다. 용량 대비로 효과로 보면 로수바스타틴이 더 강하다. 국내 제약사에서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조합한 다양한 복합제를 생산하고 있는데 처방량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이런 처방량 증가는 그만큼 비용 효과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타틴+에제티미브를 1차 약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고용량 스타틴과 병용 처방의 효과, 부작용을 따지는 국내 임상이 현재 진행중이다. 내후년 정도 도출될 것 같다. 항염증 작용을 살핀다면 고용량 스타틴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는데, 어쨌든 결과를 봐야 추후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콜레스테롤 저하에는 PCSK-9 억제제라는 대안이 있다.
실제 처방해 본 결과 PCSK-9 억제제의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어떤 약제든 쓸 수 있다면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C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는 비용-효과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최선의 진료는 이상적이지만 의료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PCSK-9 억제제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비용-효과를 따졌을 때 최대 내약성을 가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을 시도해보고 그래도 조절이 어렵다면 PCSK-9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