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분석심사 계기로 만성질환 중심 심사‧평가 단일화 시도 약제 처방 중심 의원 항목부터 추진…중증질환과 투 트랙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고혈압‧당뇨병 심사와 적정성평가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평가체계 개편의 핵심인 '분석심사' 도입을 계기로 추진하는 것인데, 향후 약물 중심 진료패턴이 이뤄지는 만성질환 중심으로 추가적인 심사‧평가 통합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심평원은 기존 평가실에서 맡아왔던 만성질환 적정성평가 업무를 심사운영실로 이관, 심사‧평가 통합화를 위한 물밑작업을 펼쳐왔다.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맡아 운영 중인 심사운영실에 '만성질환 심사평가부'를 신설하면서 고혈압‧당뇨병 적정성평가 업무를 맡긴 것이다. 즉 심사‧평가체계 개편 핵심 업무 맡은 부서에 고혈압과 당뇨병 분석심사와 적정성평가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발표된 고혈압(14차)‧당뇨병(8차) 적정성평가 결과를 심사운영실이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은 2018년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반영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본검사 실시를 강화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개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평원의 업무 조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료계는 심평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서 만성질환 중심 분석심사 도입을 계기로 평가까지 통합 실시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약 처방 중심으로 이뤄지는 질환의 경우 학회의 임상진료지침을 급여기준으로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심사와 평가를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심평원의 목표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단체 보험이사는 "심평원은 기본적으로 환자 인구집단이 많고 약으로 치료하는 질환에 대해 심사와 평가를 통합하겠다는 의도"라며 "대표적인 것이 만성질환이다. 임상진료지침을 기준 삼아 분석심사와 평가를 실시간으로 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심평원도 이 같은 의료계 의견에 동의했다.
분석심사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심사와 평가를 둘로 나눠 실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고혈압과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심사‧평가 통합 대상 질환을 확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심평원 심사운영실 관계자는 "고혈압과 당뇨 적정성평가는 자료를 받고 있지 않다. 진료 명세서만으로 평가를 한다"며 "다른 평가처럼 2년 뒤에 평가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진료명세서가 들어왔을 때 바로 분석심사하고 평가를 하면 되는데 현재로서는 합쳐지는 수순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은 1년 후 진료자료를 모아서 분석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른 평가처럼 실시할 필요가 없다. 심사와 평가를 통합하는 것은 심평원의 최종 목표"라며 "고혈압과 당뇨병 심사‧평가 통합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천식이나 COPD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평원 평가실 관계자 또한 "일단 고혈압, 당뇨부터 심사와 평가를 통합하는 모델을 개발하고자 심사운영실로 이관된 것"이라며 "고혈압과 당뇨의 심사와 평가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천식, COPD도 통합하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만성‧중증질환 투 트랙으로 심사‧평가 수술할 듯
만성질환 심사와 평가가 통합된다면 중증질환은 어떻게 개편될까.
일단 심평원은 대한병원협회와 논의해 '자율형 분석심사' 추진 가능성을 최근 엿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서 이뤄지는 뇌졸중과 5대 암, 다발성 외상 등의 경우 중증도가 높고 급여기준 적용이 쉽지 않기에 모니터링 중심의 심사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병원협회 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약제 중심 진료패턴으로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은 다르다"며 "일단 심평원은 만성질환처럼 심사와 평가를 통합하기보다는 이를 별개로 보고 분석심사를 적용하는 방안부터 고민하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우 삭감 논란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80% 이상이 일반적 급여기준에 따라 진료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중증질환은 다르다. 이 때문에 심평원도 중증질환에 대한 분석심사를 추진하면서 심사보다는 모니터링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심평원도 임상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중증질환에 분석심사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깊다.
심평원 심사운영실 관계자는 "중증질환은 정형화 된 임상 가이드라인이 없다. 환자 상황에 따라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평가와 통합하기는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며 "일단 중증질환은 심사와 급여기준이 선순환 체계가 될 수 있도록 심사개편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하나의 상병에 단순-복잡 수술이 있는데 갑자기 복잡수술로 청구량이 급증했다. 이 경우 살펴보면 단순도 아닌 복잡도 아닌 새로운 수술방법이 개발된 경우가 존재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이를 심사조정하면서 문제가 됐는데 이제는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수술방법에 대한 수가를 개발하면서 심사와 급여기준이 선순환 체계를 이룰 수 있도록 개편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