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 대학병원 간경변 환자 1만 5716명 15년 추적 분석 B형 예방접종 및 선별검사 효과 톡톡…"정책적 지원 필요"
국가 예방 접종과 전국 선별 검사로 인해 국내에서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환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에 반해 알콜성과 C형 간염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을 C형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B형 간염 감소세…예방접종 및 선별 검사 영향
이러한 추세는 7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doi.org/10.3346/jkms.2020.35.e233).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5개 대학병원에 간경변으로 입원한 환자 1만 5716명을 분석한 결과 B형 간염의 감소와 C형 간염 및 알콜성 간경변 환자의 증가가 뚜렷한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8년 간 질환과 관련한 사망률은 10만명 당 13.4명으로 사망 원인 중 7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이중에서는 간암과 함께 간경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간경변의 주요 원인으로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 C형 간염 바이러스(HCV), 알콜성 및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등이 꼽힌다. 이중에서도 HBV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간경변의 가장 흔한 원인은 HBV로 전체 환자의 44.4%를 차지했다. 이어 알콜성 간경변이 33.4%로 뒤를 이었으며 HCV가 3.7%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들은 2000년을 기준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에 간경변으로 진단된 환자의 대부분이 HBV였던데 반해 2010년부터는 알콜이 일반적인 원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특히 간경변의 특성 변화를 위해 5년 단위로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HBV는 5년 주기마다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P<0.001).
연구진은 "한국의 HBV 감염 유병률은 2016년을 기준으로 3%를 기록중에 있으며 이는 예방접종 도입과 전국 선별 검사 및 항 바이러스 치료제의 발전 등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이어 "계속해서 좋은 약제들이 나오고 있으며 예방 접종 사업 등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B형 간염과 관련한 사망률은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형 간염, 알콜성은 오히려 증가세…"선별검사 필요"
이렇듯 HBV는 국가적 정책과 신약 개발 등으로 인해 잘 관리되고 있었지만 HCV와 알콜성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실제로 간경변을 비롯해 간 질환의 원인 중 HCV 즉 C형 간염(P=0.002), 알콜성 간경변(P=0.036)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했다.
더욱이 15년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전체 간경변 신규 환자수가 매년 감소(P=0.003)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HCV만이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간암의 경향도 변화시키고 있었다.
연구 기간 동안 간세포함(HCC)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는 1만 5716명 중 4016명(25.6%)로 집계된 가운데 2000년 부터 2003년 동안 HBV는 가낭 흔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간암의 원인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HCV와 알콜은 2009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0부터 2003년까지 비율이 27.2%에 불과했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50.7%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한국에서 HCV는 2017년 국가 감염병 감시사업의 표본 감시 체계(Sentinel Surveillance System)로 분류됐지만 정확한 질병 부담을 추정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이 이전에는 환자나 일반인들 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HCV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HCV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했을때는 이미 간경변이나 간암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로 한국의 간경변 및 간암 환자의 약 15%가 HCV로 인한 환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HCV 관리를 위한 국가적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HBV와 같이 국가적인 사업이 아니라면 이러한 증가세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나마 전염병 표본 감시 시스템에 HCV가 포함되면서 진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HCV 감염 및 HCV 간경변의 유병률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향후 C형 간염 선별 전략에 대한 경제적인 평가가 뒷받침된다면 40세 이상 인구의 일반 선별 검사 항목에 항HCV 검사를 추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고 있다. HCV의 경우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관리 전략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간암은 10년 생존율이 20%도 안된다는 점에서 5년 생존율조차 무의미한 질환"이라며 "특히 HCV의 경우 현재로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간암이나 간경변으로 가는 통로를 막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