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의원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가격비교 눈앞 제각각인 진료 항목 정리 작업…비급여 의료행위도 정부 손아래
문재인 정부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남아있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별로 하는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조사와 공개를 가속화하는 한편, 보험업계가 강하게 요구해왔던 '비급여 항목 코드 표준화' 작업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앞 다퉈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그나마 정부의 비급여 관리 대상에서 비켜져 있던 '의원급 의료기관'도 관리 대상으로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19일 메디칼타임즈가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진료 관리 정책에 따라 당장 하반기부터 의료계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봤다.
비급여 법 규정 개정 기정사실화…심평원 날개 달았다
우선 복지부가 지난 6월 예고한 비급여 관련 법 규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의견수렴 과정을 마치고 공포하는 일만 남아 사실상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를 가능케 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3조의2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 조사' 규정을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 시행규칙은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에 대한 현황 조사‧분석을 하는 의료기관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병상규모 및 입원 환자의 수 등을 고려해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의료기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병원급 의료기관' 문구를 뺀 것이다.
시행규칙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문구를 삭제시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 조사‧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즉 올해까지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을 조사, 비교해 발표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에 이 같은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로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업무 위탁을 받아 수행 중인 심평원 입장에서는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실제로 김선민 심평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항목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 공개 의무화를 위해 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지원하겠다고 정책 추진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비급여 진료비용 관리 강화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지속 확대와 의원급 의료기관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며 "의원급 공개 의무화를 위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단순화 작업 열 올리는 건보공단‧심평원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 확대와 함께 의료기관 별로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비급여 항목 표준화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각자 전담조직을 구성해 현재 독립적으로 추진 중이다. 두 보건‧의료 관련 공공기관의 비급여 항목 표준화에 따라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건보공단의 경우 2005년부터 매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산출한다. 올해는 건보공단 산하 연구원에서 전체 의료기관(9만 2129개) 중 2200개 요양기관을 선정, 2019년 6월과 12월 진료비 상세내역을 받아 조사하고 있다.
이때 급여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비 상세내역도 제출받지만, 의료기관별로 제각각인지라 건보공단은 올해 본격적인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동시에 코드 부여작업을 하고 있다. 표준화 작업이 현실화된다면 건강보험 보장률 산출이 수월해질뿐 아니라 비급여 모니터링도 가능해진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건보공단 고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표준화하고 분류체계(안)를 마련하고 있다"며 "건보공단 급여보장실 산하로 비급여관리지원반을 구성, 복지부의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심평원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동력을 얻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항목 확대를 위해 표준화 및 코드 부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를 넘어 시민‧소비자단체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항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에 표준화를 통해 코드를 부여, 가격비교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따라서 현재 564항목으로 진행 중인 비급여 공개항목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급여보장실 관계자는 "전체 비급여 진료항목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더구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항목이 늘어나면서 비급여 진료항목의 가격비교 요구가 더 많아졌다"며 "건보공단과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기 위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로 추진 중인데 코드를 부여하는 방법은 유사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항목 자료를 수집해왔다. 관련 작업은 마무리 단계"라며 "비급여 가격비교 항목을 늘리기 위해선 각 의료기관의 항목을 앞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진료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내년에는 코드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규제 못 막은 의료계 부담 커져
이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관련 법 개정 등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취재 결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모두 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의견은 정부의 추진 의지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따라서 당장 하반기부터 심평원을 중심으로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비용 자료제출 공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데,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표본조사 형식으로만 공개됐던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정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이 공개될 경우 환자는 비급여 비용만을 단순 비교해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왜곡현상이 발생 돼 의료 질 하락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원협회 임원 역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대상은 영양주사, 도수치료 등으로 필수의료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라며 "비급여 공개 대상을 의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필수의료 등과 관계없이 모든 비급여를 정부 아래 두고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를 모두 관리하기 위한 규제인 동시에 보장성강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한 서울의 종합병원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강화 정책이 4년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장률 상승 효과를 거둬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를 위해선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비급여 진료를 관리해야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올해 이 같은 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