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은퇴의사 활용 등 의사인력 적정배치 대안도 제시 "학계·의료계·정부·국회 등에서 활발히 토론해 해결책 찾자"
예방의학과 교수들 15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의사 증원 확대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며 정부에 청원했다.
학계, 의료계,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토론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의학교실 교수 15명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당정 발표 의사 4000명 증원안 재검토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청와대 청원글에 이름을 올린 예방의학과 교수는 순천향대 박윤형 교수를 필두로 ▲고광욱(고신대) ▲김상규(동국대) ▲김춘배(연세대 원주) ▲김현창(연세대) ▲박순우(대구 가톨릭대) ▲박은철(연세대) ▲배종면(제주대) ▲윤태영(경희대) ▲이석구(충남대) ▲이성수(순천향대) ▲이혜진(강원대 병원) ▲임지선(을지대) ▲채유미(단국대) ▲황인경(부산대) 등 15명이다.
30일 오전 10시 현재 7000여명이 청원에 찬성 의견을 보냈다.
청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의대정원은 7.48명으로 미국 7.95명, 일본 7.14명, 캐나다 7.72명 등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해 김대중 대통령 때 대통령 직속 의료발전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의대 정원을 10% 감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공계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의대가 흡수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예방의학과 교수 15인은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가 이미 튼튼하다고 봤다.
모든 시군구에 보건소가 있고 보건소에 정규직으로 약 1000명의 의사와 약 5000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다. 별도로 농어촌 보건지소와 보건소, 지방 국공립병원에는 3년간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약 3000명 있다. 농어촌 오벽지, 섬지역에는 보건진료원이 약 1800명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로 대두된 공공의료 강화 문제를 이미 잘 짜여진 공공의료체계에서 해결 가능하다는 게 이들 교수의 주장이다.
교수들은 "공보의는 지방보건행정의 아웃사이더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하루 5~15명 환자를 진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며 "공보의를 지방보건행정체계에서 효과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해 역학조사관 및 필수의료 담당 의사로 활용하면 현재 증원하려고 하는 지역의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건지소 중 일부는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현재 대학에서 65세 이상으로 은퇴하는 의사가 해마다 약 200명 정도다. 개원가에서 은퇴하는 의사도 연간 약 500명 이상이다.
교수들은 "참고로 일본은 70년대부터 보건지소에 은퇴 의사를 배치해 성공했다"라며 "노인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은퇴 의사를 배치하고, 젊은 공보의는 국가에서 필요한 지역의사와 역학조사관, 기초 의약 바이오에 배치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의사 인력 수급 문제도 모자라지 않다고 봤다.
청원에 나선 교수들은 "대학병원에서 의사를 모집하면 3배수 이상이 지원한다"라며 "대학은 지역사회 병원보다 급여가 적은 대신 안정적 직장과 연금을 보장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병원에서 의사가 부족한 것은 부정기 계약, 인센티브에 따른 급여 등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지방병원을 지원해 병원에서 안정된 직장을 운영하면 지방병원 의사수급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학계, 의료계, 정부, 국회 등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쳐 적정 의료인력 양성 활용방안 등 모두가 공감하는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재고해줄 것을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