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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차단제 심부전 효과 논란...국내 연구서도 입증 못해

발행날짜: 2020-08-11 05:45:58

국내 환자 5625명 대상 3년 추적 데이터 분석 결과 공개
HFrEF 아무런 효과도 없어…오히려 HFpEF에서 효과 발현

안정적인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HFrEF)환자에게 1차 요법으로 최우선 권고되는 베타차단제를 급성 심부전 환자(AHP)에게 처방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학계에서 오랜 기간 의문을 가져오며 처방을 망설이던 부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국내 환자 5625명 대상 베타차단제 효과 분석 결과 공개

급성 심부전 환자에 대한 베타차단제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이러한 연구는 오는 24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베타차단체 처방에 따른 HFrEF의 임상 지표 Forest plot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유병수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11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참여한 다기관 스터디로 56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년간의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골자다.

현재 안정적인 만성 HFrEF 환자에게는 베타차단제가 최우선 권고되는 1차 요법이다. 다양한 임상 시험에서 최대 40%까지 심혈관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심장학회를 비롯해 유럽심장학회 등도 우선 권고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안정되지 않은 즉 심방세동(AF)을 겪었거나 급성인 경우 베타차단제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 연구마다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심방세동이 나타난 HFrEF 환자를 대상으로 과연 베타차단제 효과가 있는지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년 추적 관찰시 수축기 혈압은 베타차단제를 처방한 환자가 113.5±16.4 mmHg으로 대조군 117.6±16.6 mmHg보다 더 낮았다.

60일 재입원률은 베타차단제를 처방한 그룹이 9%, 그렇지 않은 환자가 13%로 분석됐으며 1년 재입원율(17.3%vs22.9%) 등 다른 지표도 베타차단제를 받은 환자들이 일부 우세했다.

하지만 다른 요인들을 제외, 조정하는 PS(propensity score)를 적용하자 이러한 우세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즉 베타차단제가 단독으로 임상 지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PS 적용 결과 무진행 생존율, 60일, 1년 생존율, 재입원율 등 모든 지표에서 베타차단제를 처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심방세동이 동반되거나 급성인 HFrEF에서 베타차단제의 효능을 연구한 무작위 임상시험(RCT)는 매우 드물다"며 "특히 효능이 보고된 연구가 있는 반면 결과가 상충되는 연구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환자가 등록된 이번 연구를 통해 HFrEF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는 임상 지표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HFpEF 환자는 오히려 임상 효과…재입원율 낮춰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오히려 심방세동이나 급성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게는 베타차단제가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추가 연구를 예고했다.

HFpEF에서 베타차단제 치료에 따른 임상 지표 결과
현재까지 HFpEF에 대해서는 마땅한 치료 전략이 없는 것이 사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근거를 인정받게 되면 베타차단제의 효과에 대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 결과 심장 박동수는 1년 추적 관찰시 베타차단제 군이 76.7±15.9 bpm으로 대조군 82.5±19.4bpm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한 60일 재입원율 또한 베타차단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5.2%에 그친데 반해 대조군은 12.3%로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1년 추적 관찰 결과도 마찬가지로 베타차단제를 받지 못한 환자는 23.1%에 달한데 반해 이를 처방받은 그룹은 13.3%로 훨씬 적었다.

이밖에도 60일 및 1년 무진행 생존율, 심부전 입원 사망률, 60일 복합 종점 등 모든 임상 지표에서 베타처방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우세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급성 HFpEF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처방할 경우 6개월 재입원율은 62%가, 1년 재입원율은 47%가 낮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이러한 임상 지표들은 PS를 적용한 후에도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즉 다른 변수들을 모두 제외해도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베타차단제가 HFrEF에는 효과적이지만 HFpEF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베타차단제는 급성 HFpEF에 분명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면 베타차단제가 심방세동 관련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방세동을 동반한 HFpEF의 경우 베타차단제가 심박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통해 재입원율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며 "이러한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통해 치료 옵션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