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젊은 의사들을 향해 총파업에 참여하면 패널티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특히 인턴의 경우 '업무태만'으로 인턴평가 최하점을 적용하고 , 파업으로 무단결근한 레지던트는 교육위원회에 회부, 징계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이 14일 총파업에 참여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를 대상으로 패널티를 예고한 가운데 구체적인 징계 내용이 알려지면서 전공의들이 불만이 들끓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병원 측은 14일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공의에 대해 강력 경고에 나섰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최근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사태로 추가수련 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턴에 대한 고강도 패널티를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턴 평가 총점은 1200점(진료부 800점, 교육인재개발실 400점). 병원 측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측에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턴에 대해서는 각 진료과 과장이 '업무태만'으로 최하점수를 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7일, 무단결근 상태에서 집단행동에 참여한 바 있다. 14일 총파업에서도 무단결근 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김중엽 전공의대표는 "병원 규정상 월 2회까지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징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무단결근으로 징계한다면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논란만 보더라도 교육은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면서 파업 참여했다고 '업무태만'을 이유로 평가에서 패널티를 주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인턴 점수는 절대적인 기준. 인턴 평가에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은 해당 전공의에게는 치명적인 여파라는 게 설명이다.
이같은 병원의 강경한 행보에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병원 측이 과하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권성택 회장(성형외과)은 '병원장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파업에 나서는 전공의를 상태로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는 "전공의 징계는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럼에도 인턴 점수라는 민감한 부분이 언급됐다는 점은 심히 염려스럽다"면서 "병원장도 전공의, 학생들의 스승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퇴임 후에도 스승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권 회장은 전공의 징계는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될 것이 자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스승의 입장을 경시하고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더 중시 여긴다고 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압박이 크더라도 의연하게 버텨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 사태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갈등을 증폭시켜 우리 모두가 상처를 받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사태를 유발시키지 않길 부탁한다"며 "많은 부담이 있겠지만 이에 맞서는 병원장을 보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서울대병원 일선 교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는 분위기.
익명을 요구한 외과계 한 교수는 "원론적인 수준의 지침을 내린 것은 이해하지만 인턴 평가 점수에 교육위원회 통한 징계 절차까지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공의들은 30여년을 열심히 살아온 이들이다.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불안한 자신의 미래와 한국의료를 걱정하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패널티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또 내과계 한 교수는 "후배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전공의들이 개인적인 이득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나서는 게 아닌데 병원 차원에서 패널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봤다.
또한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은 13일 오후 5시 긴급 임상교수 간담회를 갖고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예방의학과)가 진행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보고서를 교수들과 공유하며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연수 병원장의 발언 이후 권성택 교수협의회장이 우려를 표명하자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큰 박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대병원 이외에도 삼성서울병원, 제주한라병원 등도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