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첨바법 본격 시행, 안전-신속 목표에 우려-희망 교차 글로벌 규제 동향, 산업 육성 및 안전성 투 트랙…안전성 우려 '기우'
"제2의 인보사 양산법이다."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오는 28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바법)’이 본격 시행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평가는 양극단을 달린다. 한쪽에서는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 및 관련 산업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란 기대가, 다른 한편에서는 부실한 신약 심사 및 임상으로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첨바법은 재생의료와 바이오의약품의 두 가지를 주축으로 한다. 국내에서 아직은 '재생의료'란 단어는 생소하다. 대체 재생의료가 무엇이길래 이런 극단적인 평가를 이끌어낼까. 앞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해외 사례 및 국내 제도와의 비교, 재생의료 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들의 의견을 통해 재생의료 현주소 및 제도 연착륙 가능성 등에 대해 짚었다.
▲완치 모색하는 재생의료, 기존 의료와 다른 점은
재생의료는 사람의 신체 구조 또는 기능을 회복, 형성하거나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을 이용해 실시하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 치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암세포에 대항한다. 면역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에 착안, 개인 환자에서 채취한 NK세포를 대량 증식, 배양해 다시 체내 투여하는 방식이 재생의료의 한 예.
특히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의 재생 또는 이식 등 근본 원인에 접근해 완치를 모색한다는 것은 기존 의료와 다른 부분이자 미충족 수요의 기반이 된다.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런 이유다.
기업 및 비영리 연구기관, 환자단체 등의 국제 공동체인 재생의료연합(ARM)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000여개의 재생의료 업체가 있다. 주로 북미 회사들이고 이외 유럽 및 아시아에 분포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의 2019년 자료는 글로벌 세포 치료제 및 유전자 치료제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99.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제시한다. 비전게인(visiongain) 역시 한국 시장의 성장은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20.4% 성장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재생의료의 메카의 떠오른 일본의 경우 병원급 대형 기관이 일본 전역에 10여 곳이 있고 의원급을 포함하면 1000여개 기관이 재생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아픈 몸 이끌고 원정 치료…첨바법의 탄생 배경은?
첨바법의 태동은 기존 법의 틀이 재생의료를 담을 수 없다는 데서 기인했다. 재생의료는 인체세포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합성의약품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그간 국내에서의 재생의료 및 시술은 법의 밖, 즉 불법이었다.
4세대 항암치료법으로 꼽히는 면역세포치료를 받기 위해선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특히 생명이 걸린 암 투병 환자들로부터 재생의료의 제도권 수용 목소리가 불거졌다. 재생의료를 위해 일본을 찾는 환자 수만 연간 5만명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추산. 치료받을 기회를 선택할 권리를 환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해외 원정 치료건을 둘러싼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정부는 약사법과 의료법으로 관리할 수 없는 재생의료를 '첨바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관리할 것을 결정한다.
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활성화해서 치료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게 하나의 목적이고 또 하나는 이와 관련한 재생의료 생태계를 구성하고 산업을 육성해서 재생의료를 기술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이 있다. 첨바법을 둘러싼 논란은 '신속'과 '안전'이라는 상반된 속성에서 기인하는 태생적인 한계라고 봐야 한다.
▲엇갈린 평가는 '태생적'…안전과 속도 둘 다 잡을까
재생의료는 기존 의학/의료가 충족시키지 못한 '치료 기회'라는 임상적 영역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틀을 가진다. 즉 치료 기회 보장을 위한 신속 심사와 장기 추적을 통한 안전성 확보를 주축으로 한다는 것. 안전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목표로 설정한 까닭에 우려와 희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재생의료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식약처 승인 이후 인보사 주성분 세포가 바뀐 것을 파악, 허가 취소 사태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산업 육성을 위한 신속한 지원이 독이 됐다는 주장이다.
첨바법에서 신속 심사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는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첨바법이 제2의 인보사 사태 양산법이 될 것이란 우려다.
당국의 입장은 어떨까.
정호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과장은 “첨바법은 깆노 약사법보다 강화된 관리 체계를 적용했다"며 "세포 채취 단계부터 허가사항과 동일한 제품 여부를 증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인보사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속 허가라는 단어 때문에 사람들이 소위 날림으로 허가를 내준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이는 식약처 내부에서 인력을 집중해 서류를 빨리 검토해 처리기간을 줄여준다는 의미이지 대충 심사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속한 절차는 심사인력 확보 및 인원 증원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신속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식약처는 그간 불거진 허위 자료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했다. 기록관리실 설치를 제조업 허가사항에 둬 별도로 기록이나 품질을 관리·보완할 수 있도록 했고, 조건부 허가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재설정해 '졸속 허가' 우려를 씻는다는 방침이다.
장기추적조사 역시 법제화되면서 안전성 우려를 차단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줄기세포치료제는 5년, 유전자치료제는 15년, 동물세포유래의약품 30년 이내로 추적조사가 규정된다.
▲우리에겐 생소한 재생의료, 해외에선 산업으로 '육성'
재생의료는 의학적인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증명되지 않은 위험과 이에 수반하는 치료 기회 확대가 재생의료의 특징이라는 뜻.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우리나라보다 먼저 산업으로 육성한 사례를 보면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일본은 선제적으로 재생의료에 대응했다. 이미 2014년 11월 입법을 통해 기준이 없이 진행된 재생의료를 법의 테두리에 담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재생의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나오자 입법을 통해 임상 연구, 자율 진료 두가지 영역으로 나눠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에서는 조건부 승인, 신속 심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2016년 12월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 Act)'으로 명명된 법 체계를 통해 환자에게 첨단재생의료를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약품의 경우에도 첨단재생바이오의약품의 승인을 효율화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대만 역시 재생의료에 대한 법 체계를 최근 완비해 자가유래세포 치료제를 현행 의료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의약품도 약사법에 따라서 신속하게 제품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신속 심사'-'안전성', '산업 육성'-'치료기회 확대'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비단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제 당국의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
이와 관련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증명되지 않은 위험에 대한 걱정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대가 공존하는 것이 재생의료의 특징"이라며 "재생의료와 관련한 규제정책의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국가 차원의 안전 관리 체계 확보와 산업 육성을 주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심사체계를 강화하고 임상에 참여한 환자에 대해서는 안전성 모니터링을 하고, 장기로 추적을 하는 체계를 갖춘다"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재생의료는 성장 잠재성이 높은 분야로 국가 정책적으로 산업 육성 및 산업 생태계 조성, 중개임상연구 활성화를 위한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8일 시행 첨바법, 제도 연착륙할까?
국내에서도 첨바법을 시행을 두고 업체들의 준비가 한창이다. 세포 활성도 검사 및 향후 활용을 위한 NK/줄기세포 보관 서비스 이외에 세포치료제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경우 올해 4월 NK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항암제 개발 임상 1상을 신청했다.
티에스바이오(TS BIO)는 작년 일본 고진바이오와 기술협력을 통해 세포치료제 GMP 세포치료제 생산 시설을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재생의료 시대 개막을 예고한 바 있다.
티에스바이오 GMP 센터는 면역세포와 줄기세포의 무균주사제 생산 GMP 시설로, 총 727제곱미터 규모에 연간 생산량은 세포치료제 기준 1만 로트, 세포보관은행 기준 15만 바이알 보관 시설 구축으로 첨바법에 대비했다.
현행 체계에서는 임상 연구를 실시하기 전에는 재생의료 기관을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도록 돼 있다. 기관만이 임상 연구 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고, 임상연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되면 재생의료기관에서 임상 연구가 가능한 구조다.
재생의료기관은 세포치료 시설에서 만들어진 세포만을 받아서 임상연구 하도록 규정돼 있다. 임상 연구는 안전관리기관에서 모니터링하고, 심의위원회에서 장기 추적 필요성 여부를 판단한다.
세세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업계로부터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재생의료기관 외 업체에서의 배양을 허용한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의료기관' 내 배양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재생의료 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기계에 집어넣으면 세포 배양이 끝나는 게 아니"라며 "세포 배양에는 배지의 형태부터 세포주의 온도, 습도 등 증식 환경 조절 등의 세세한 배양환경 조절 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배양 이후 품질관리(QC)를 통해 세포의 크기 및 무균성 여부, 활동성, 순도 등을 판단해 인체 투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세포 크기가 너무 크면 혈관을 막히게 할 우려가 있고, 무균성이 유지가 안되면 염증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품질관리는 무엇보다 GMP와 같은 체계적인 생산 시설, 설비 규격이 필요한데 의료기관 중에 이런 시설과 품질관리 규격, 배양 노하우를 갖춘 곳은 손에 꼽힌다"며 "의료기관에만 전적으로 맡긴 배양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경우 세포의 채취 및 투약은 의료기관에서 전적으로 이뤄지지만 배양은 시설 규격을 갖춘 전문 업체도 가능케 허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가 유행할 때 1차 의료기관에서 너도 나도 줄기세포, 지방이식 등으로 홍보하던 때가 있었다"며 "의료기관이 분리 추출한 순도가 떨어지는 지방세포 이식으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느슨한 배양 시설 규정이 재생의료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며 "보다 엄격한 배양 기준 및 품질관리 기준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