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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시장에 큐시미아 돌풍...삭센다는 제형상 조금 밀려

발행날짜: 2020-09-08 12:00:58

[메타 분석]1~7월 합계 처방액, 큐시미아 71억원으로 1위 등극
강력한 효과+영업 지원+복용 편의성으로 '예고된 변화' 이끌어

비만약 시장만큼 변화의 폭이 큰 곳도 드물다. 시장 1위 품목 벨빅이 암 발생 우려로 시장에서 퇴출됐고, 삭센다가 돌풍을 일으키며 그 공백을 메꿨다. 그리고 신약인 큐시미아가 올해 1월 출시되며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모두 지난 2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환자가 약가의 100%를 부담하는 비보험 약물의 특성상 실제 효과 및 임상 결과에 비만약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처방액 자료 분석 및 의료진의 설명을 토대로 향후 시장의 수요 변화 처방 패턴의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삭센다의 돌풍 1년…큐시미아로 '신구 교체'

비만약 처방 패턴의 바로미터가 되는 여름 성수기 시즌에서 큐시미아가 웃었다. 비만약 시장에서 작년부터 1위를 수성한 삭센다가 출시 3년 차를 맞으면서 신약 큐시미아로 '신-구 교체'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7일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3월부터 알보젠의 큐시미아가 1위 품목 삭센다의 매출액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까지 큐시미아의 처방액은 총 71억 3532만원으로 1위를, 이어 대웅제약 디에타민이 67억 4234만원, 휴온스 휴터민이 62억 3185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작년 매출액 1위를 기록한 삭센다는 60억 4492만원으로 4위로 주저앉았다.

순위 변동의 원인은 삭센다의 처방액 감소 폭 만큼 큐시미아가 성장한 데서 찾을 수 있다.

1월 출시 당시 큐시미아의 월별 처방액은 3억 1310만원, 삭센다는 10억 1181만원이었지만 2월에는 각각 6억 1430만원, 8억 7591만원으로 격차를 줄였다.

무게추는 3월부터 기울었다. 큐시미아의 3월 처방액은 8억 7843만원으로, 삭센다의 7억 7937만원 기록을 넘어섰다. 이어 큐시미아는 4월 10억, 5월 11억, 6월 15억, 7월 16억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반면 삭센다는 같은 기간 8억 9천만원, 8억 6천만원, 8억 2천만원, 8억 5백만원으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유비스트 기준 주요 비만약 1~7월까지 월별 처방약(단위:만원)
처방액 기준 10위 내 비만약에서 이런 현상을 보인 건 삭센다가 유일하다. 디에타민과 휴터민, 푸링 및 올리엣, 제니칼 등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은 다이어트 성수기인 7월까지 처방액이 소폭 상승하거나 현상 유지했다.

큐시미아가 1~7월까지 단기간에 420% 성장하는 동안 삭센다는 20.4% 처방액이 감소했다. 큐시미아의 출시 및 성장폭이 삭센다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올해 1월 출시된 큐시미아는 식욕억제제 펜터민(phentermine)과 뇌전증약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복합제. 두 성분이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합제 출시 이전부터 국내에서도 각 성분을 허가사항 외 용도로 사용하는 '오프라벨' 처방 사례가 빈번했다.

그만큼 큐시미아의 정식 등장 이전부터 효과 및 안전성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베타 테스트를 거쳤다는 뜻.

2018년 3월 출시된 삭센다는 원래 당뇨병약으로 개발됐지만 식욕 조절 물질과 유사한 성분으로 인한 식욕 억제 및 체중 감소 효과가 밝혀지면서 비만약으로 전용된 사례다. '살빼는 주사'로 잘 알려진 삭센다는 여타 비만약과 달리 비향정신성 의약품이란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주사제를 기피한다는 상식을 깨고 출시 2년차인 2019년부터 매출액 425억원으로 시장을 석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여름 바캉스 시절을 앞둔 5~7월까지의 비만약 처방 패턴이 향후 시장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올해 큐시미아의 선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강력한 효과+영업 지원+복용 편의성 = 예고된 변화

변화의 원인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강력한 효과와 종근당이라는 든든한 영업 지원 사격, 그리고 복용 편의성이다.

황희진 비만건강학회 총무이사(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큐시미아의 각 성분인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는 큐시미아 출시 전부터 의료계에서 안 써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처방이 빈번했다"며 "다만 원래 용도가 아닌 오프라벨로 써야 한다는 점에서 심적인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던 차에 큐시미아가 출시돼 의료진의 부담감을 낮춰줬다"며 "우리나라에만 출시가 늦었을 뿐 이미 큐시미아는 전세계적으로는 빅히트 품목이었고 2년 전 출시한 삭센다가 당초 예상보다 시장에서 훨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차에, 큐시미아가 정식 출시돼 의료진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장기 처방 임상 데이터에 덧붙여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품목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의 처방액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 용량 증가에 따른 약제비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황희진 이사는 "큐시미아는 네 가지 용량으로 출시됐는데 각 용량별 가격이 똑같다"며 "한알 가격이 4000원으로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초반에 저용량으로 쓰다가 점차 용량을 늘려가도 환자가 지불할 금액은 똑같아 의료진과 환자의 용량 증가 부담이 적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1월 큐시미아가 출시된 이후 기존 약제들을 처방받던 환자들이 먼저 큐시미아 처방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이미 여러 임상에서 큐시미아의 체중 감소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보젠코리아가 1월 출시한 비만약 큐시미아. 네 가지 용량으로 출시됐다.
2016년 JAMA에 게재된 각종 비만약물의 체중 감소 비교연구(메타분석)에서도 큐시미아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1년째 체중감소 효과는 큐시미아가 가장 앞서는데 큐시미아가 약 8.8kg, 삭센다 약 5.3kg, 콘트라브 약 4.99kg, 벨빅 약 3.2kg, 제니칼이 약 2.6kg의 평균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시점에서 체중이 10% 감소한 환자의 분포도 역시 큐시미아(54%), 삭센다(34%), 콘트라브(30%), 벨빅(25%), 제니칼(20%) 순으로 큐시미아가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굳이 자비를 들여 체중 감소를 위한 비만약을 복용하는 것이라면 복용 편의성과 강력한 효과를 앞세운 약물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업계에선 종근당의 지원사격도 한몫한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알보젠은 종근당과 큐시미아 공동판매 및 유통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며 "종근당의 영업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라고 설명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큐시미아의 처방 증대 이유는 강력한 효과로 해석해야 한다"며 "환자가 약가를 100% 부담하는 비보험 약물의 특성 상 환자가 체감하는 효과가 약물의 가장 큰 성공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만치료제의 경우 환자가 살을 빼야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현재 허가받은 비만치료제 중에서 체중감량효과가 가장 우수한 큐시미아에 대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향정 성분인 펜터민 성분이 기존 단일제 대비 약 1/8~1/2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큐시미아는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는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의 각 성분의 함량을 줄여 각가의 부작용을 낮추고 효과는 극대화시킨 약물로서 최대 2년 기간 5천명 이상의 대규모 임상을 통해 그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식약처는 기존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단일제제와는 다르게 큐시미아는 장기처방이 가능한 약물로 안내하고 있다.

비만연구회 관계자는 "비만치료제의 토피라메이트 성분은 서방형 제제로 개발돼 하루 한 알 복용하면 된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굳이 체중 감소 효과가 더 적은 삭센다를 주사 형태로 맞아야 할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식욕억제제간의 병용처방이 금기이기 때문에 기존 향정식욕억제제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큐시미아로 대체 복용하면 결국 환자의 향정 복용량은 낮아지는 결과가 된다"며 "최근 무분별한 향정약 처방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의지이기 때문에 향정약이 잘 맞는 환자들에게 큐시미아는 좋은 선택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