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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묵인(黙認)과 방조(傍助)

발행날짜: 2020-09-17 09:59:56

박상준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신경외과 전문의)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 추진 반대 투쟁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정 합의서 서명과 절차에 관한 회원의 분노 표출의 뜻을 받들어 현 집행부에 책임을 묻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많은 회원이 투쟁을 종결짓는 합의 서명과 관련해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고, 회장을 보좌해야 할 참모들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함께 불신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면에서 투쟁을 주도한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의 허탈한 심정과 분노에 대해 공감하면서 아울러 의사협회가 쇄신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

대전환을 통한 정부와의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고 해결하지 못한 의과대학 4학년생 국가고시 응시 거부 문제를 풀어가야 할 새로운 투쟁체의 조직이 불가피하고, 여기에는 다양한 직역의 지도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회원의 뜻을 무시하고 아집에 사로잡혀 현 집행부를 감싸는 행동을 일삼는 일군의 무리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어 매우 유감이다. 특히, 다가오는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회원의 생각에 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모든 회원의 이목이 대의원회의 임시총회 개최에 집중하고 있다. 회원의 뜻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의사협회가 나갈 길을 찾기 원한다면 대의원으로서 그리고 의사협회의 리더로서 해야 할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표성이 있는 지도자가 현재의 엄중한 상황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거나 방조하다 막상 선거에 나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회원이 그토록 필요할 때는 존재감을 숨기고 뒤로 빠져있다가 선거에서 의사협회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다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조직이 위기에 처하거나 회원의 위험과 아픔에 대해 침묵하거나 방조하지 않는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조직과 회원을 살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바로 그런 자세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다. 많은 회원의 이목이 쏠린 임시총회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곧바로 자신들이 선택해야 할 차기 의사협회의 지도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항상 깨어 있고 회원과 조직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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