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일주일 접종 중단 권고…의학계 "접종 계속해야" 전문가들 "정부, 불안에 빠진 대국민 설득 논리 개발해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독감 백신 접종 '잠정 중단'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공개적으로 잠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입장인 만큼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염 전문가들은 트윈데믹 우려 속에서 독감 유행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독감 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현재 상황을 놓고 한 쪽에서는 접종을 중단하고 원인부터 밝히자 나섰으며, 다른 한쪽은 연결고리가 빈약하다며 접종을 하면서 원인을 밝히자는 입장이다.
의협, 대정부·대회원 권고 "백신 접종 일주일만 미루자"
의협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유·무료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독감 예방 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하자고 정부에 공개 권고했다.
국민 불안도 문제지만 독감 백신을 주사하는 일선 의료기관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일단 중단하고 불안감부터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일선 의료기관에도 당장 23일부터 29일까지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대집 회장은 "백신 접종이 사망 원인이라고 볼 의학적 증거는 없다"라고 선을 그으며 "사망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부검이다. 백신 접종이 환자 사망에 정말 결정적 원인이었는지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중순부터는 실제 독감 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 중단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는 안된다. 예방접종은 꼭 필요하다"라며 "부검으로 사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인을 명확히 찾은 다음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기관의 안전한 접종 환경을 확보한 다음 백신 접종을 제기해야 한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학계 "독감 유행까지 시간 없다…예방접종 유지해야"
당장 다음 달부터 독감 유행이 예상되는데다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있는 상황인 만큼 학계에서는 예방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백신학회는 의협과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고위험군은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백신학회는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독감 백신 접종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은 사망 사례가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와 생산 고유번호가 다르며, 발현 증상이 일치되지 않는 산발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며 "백신 유통과정에서 확인된 문제가 있는 백신은 수거돼 사용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상온 노출 백신도 약효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동안 연구에 따르면 그 정도가 미미하고 사망 등 중증 이상 반응과 백신과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백신학회는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기 전에는 원인에 대한 추측성 언급이나 발표를 자제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안에 대해 학술적 관점에서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상남도의사회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도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맞다면 연령층이 다양해야 하고 같은 로트의 백신이 다 문제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정부는 국민 설득을 위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입장은 더 단호했다.
엄 교수는 "영유아 백신도 사망사례가 있다"라며 "그럼에도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 접종을 한다. 올해는 유난히 백신 접종을 많이 했다. 그래서 더 사망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접종을 중단하거나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없다"라며 "독감 환자가 11월 말부터 12월 정점에 이른다고 감안하면 11월 중순 전에는 접종을 해야 한다. 부검하고 확실한 원인이 안 보이면 조직검사 결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만 한 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라 하더라도 백신 접종은 해야 한다"라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대유행이 오거나 독감에 걸리면 사망자는 수천명에 이를 수 있다"고 단호히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