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과 적혈구 생성인자(Erythropoietin, EPO) 제제만 가능했던 암 환자의 빈혈 치료에 고용량 철분주사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량 철분주사제 성분 카르복시말토오스(상품명 페린젝트주)가 항암 환자의 빈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 의학(PLoS Medicine)'에 3일 게재됐다(doi.org/10.1371/journal.pmed.1003091).
지금까지 항암화학치료의 부작용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 환자들의 빈혈은 수혈, EPO 제제 등으로 치료해왔다.
페린젝트주는 하루 최대 1000mg의 철분을 최소 15분 만에 체내에 신속히 보충할 수 있는 고용량 철분주사제다. 연구진은 페린젝트가 철 결핍 또는 철 결핍성 빈혈 고위험군, 항암요법으로 인한 빈혈 등에 활용된다는 점에 착안, 암 환자 빈혈에 효과가 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연구진은 유방암, 비소세포 폐암, 위암, 대장암 등의 고형암 또는 림프종으로 진단받은 18세 이상 환자 중 빈혈이 발생한 92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연구는 항암화학요법 혹은 표적치료의 투여 주기 첫 날 페린젝트주 1000mg을 단회 투여 후 8주 간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추적 관찰했다.
결과에 따르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1g/dL 이상 상승하거나 8주 이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11g/dL이상 도달한 환자의 비율은 투여 3주 차 39.1%, 6주 차 57.6%에 이어 8주차에는 66.3%까지 늘어났다.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 또한 기저치 대비 3주 차 0.55g/dL, 6주 차 1.35g/dL, 8주 차 1.77g/dL 상승해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린젝트주를 투여받은 환자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2명의 환자에게서 발생한 투여와 관련된 이상반응은 경증이었다.
또 간에서 생성되는 체내 철분조절호르몬인 '헵시딘(Hepcidin)'이 항암 환자들의 헤모글로빈 추이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써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헵시딘은 철분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참여자들의 헵시딘 값을 측정한 결과, 헤모글로빈 반응을 보인 환자군의 헵시딘 수치는 13.45ng/mL, 비 반응군의 경우 35.22ng/mL을 나타내 유의한 차이를 보였고, 이를 통해 헵시딘의 수치가 헤모글로빈 반응 여부를 반영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암 환자의 빈혈은 항암 치료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생존율은 물론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페린젝트주 단독 투여의 유효성은 물론, 암 환자의 빈혈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확인하는 큰 성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페린젝트는 고용량 철분제로는 최초로 급여 적정성 심의를 통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통해 급여 등재 여부를 남겨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