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행정해석 "상담은 가능하지만 진찰료는 안돼" 현실은 비급여로 수납..."진단서 발행 수준 진료한다"
환자 거동이 불편해 입원 가능 여부를 상담하기 위해 보호자가 '대신' 찾아왔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상담 및 입원 처방에 대한 진찰료를 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진찰료는 받을 수 없다는 게 보건복지부 입장이다. 하지만 병원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비급여 형태로 진찰료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6일 병원계에 따르면 재활 등이 필요한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보호자가 대리 상담을 오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에 따라 입원 처방에 대한 진찰료를 비급여로 받고 있다.
현실과 의료법 사이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리처방에 대한 행정해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A종합병원 관계자는 "의식이 없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보호자가 병원 전원을 위해 전원의뢰서, 진료기록 및 영상진료기록 등을 갖고 오는 경우가 있다"라며 "치료 연계 가능 여부에 대해 의사에게 상담을 하는 데 이때 비급여로 진찰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문제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상황에서 진찰료를 받는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입원 가능하다는 소견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전 병원에서의 진료기록을 검토하고 입원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진찰료에 준하는 비용 산정이 필요한데 현재는 그 비용을 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 B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진찰료 산정이 가능한지 질의까지 했다.
복지부는 "의식 없는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 전원을 위해 상담할 때 진찰료는 산정할 수 없다. 단순히 입원 처방만 할 때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애매한 답을 내놨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개설 등)과 제17조의2(처방전)를 근거로 들었다.
복지부는 "의사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 진단하고 그에 맞는 상담을 하기 위해 대면진료를 해야 함에도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보호자를 통해 진료했다면 이는 대면진료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의료법 17조의 2는 처방전의 대리수령만 규정하고 있지만 의료 행위에 이르지 않는 입원 예약, 검사 결과 등 단순 정보 제공 등의 경우라면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측면"이라며 "이를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가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지만 환자를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면진료 원칙에 위배, 그 비용은 따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계는 이 같은 해석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복지부가 보다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B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자가 환자를 대신해 전원할 병원을 뛰어다니면서 알아보는 일이 빈번하다"라며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에서 하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때 보호자는 교통상황 등 여러가지 요건을 고려해 전원 병원을 여러곳 선택, 상담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이 상담이지 의사 입장에서는 진단서를 발행하는 수준의 진료를 이미 하는 것"이라며 "이전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모두 검토하고 치료 연계가 가능할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진찰료를 받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C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대리처방 관련 의료법 조항이 있지만 입원 처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진료기록, 영상자료를 검토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입원 처방을 받을 수 있지만 진찰료를 받을 수 없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결국 환자를 방문케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전화진료를 허용하고 원격의료 산업화를 위해서도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현실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법에 대리처방 관련 조항이 있어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를 대신해 검사 결과를 듣거나 입원 처방을 받기 위한 절차는 여전히 쉽지 않다"라며 "정부는 대면진료의 예외를 분명히 하고 충분한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